"마루야? 재 먹는 폼좀 봐라. 누가 보면 지가 이 집주인인 줄 알겠다"
길 강아지 한 마리가 마루의 밥그릇 앞에 엉덩이를 땅에 대고 편하게 밥을 먹고 있다. 자신의 밥그릇을 다른 개가 차지하는 것에는 관심도 없는 듯 내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는 흰둥이에게 나는 말을 건넸다. 시골집 집 문 앞의 좁은 마루에 앉아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흰둥이다. 그 후로 이름을 마루로 부르고 있다.
마루도 사실 우리 집 강아지는 아니다. 어디선가 섬마을 농부를 따라온 들 강아지 일뿐이다. 마루는 들개들처럼 여기저기 먹이를 찾아 떠돌아다니다 어느 날 섬마을 농부를 따라왔다. 그날부터 집 뒤 창고에 자신의 거주지를 정하고 다른 곳으로 마실을 나갔다가도 꼭 창고로 돌아오곤 한다는 것이다.
마루를 처음 만난 것도 창고 앞에서였다. 도로가 보이는 곳에 혼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는 녀석을 보았다. 내가 다가가면 꼬리를 내리고 멀찍이 도망을 갔다. 그런 녀석에게 소시지를 던져주었더니 소시지 맛에 반했는지 여전히 꼬리를 내린 채로 경계의 태세를 늦추지 않고 내게 다가왔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시골집 문 앞까지 따라온 것이다.
그러기를 하루 이틀 내가 시골집에 며칠 머무는 동안 문 앞을 떠나지 않고 내가 문을 열고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녀석이다. 아침에 일어나 문을 열고 나오면 마루도 문 앞 마루에서 일어나 꼬리를 흔들고 약간 멀직히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집을 나서는 나를 따라나선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말이다. 차가 다니는 도로를 자주 다니는 녀석인지 차가 오면 멈출 줄도 알고 차가 멈추면 지나갈 줄도 안다.
"거리의 개로 살아남은 방식이겠지!"
하루는 엄마를 모시고 노인정을 나가는데 마루가 따라나섰다. 노인정 정자 밑에서 나를 기다리렸다가 엄마를 모시고 돌아오면 마루도 나를 따라왔다. 그러다 한 번은 노인정에서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나를 기다리던 마루가 보이 않았다. 혼자서 집을 찾아오겠지 생각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집으로 돌아와도 오지 않았다. 엄마는 나에게 개를 찾아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나는 내심 안도감을 가졌다. 다시 자신의 본연의 삶으로 자유롭게 돌아간 거겠지 라며 말이다.
한두 시간이 지난 후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왔다가 차 밑에 편하게 휴식을 취하는 녀석을 보았다. 먹을 것을 주는 곳을 자신의 집으로 편안하게 인식한 것 같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내가 시골집에 있는 동안은 집 앞을 언제나 지키며, 내가 가는 곳에는 언제나 마루가 함께 했다.
두 주 만에 시골에 내려갔는데도 녀석은 마당에서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겼다. 두려움과 경계의 눈빛을 벗어던지고 나를 보던 눈빛은 반가움과 기쁨의 눈빛으로 변해있었다. 꼬리를 내리고 언제라도 도망갈 준비를 하던 녀석이 내가 부르면 꼬리를 연신 흔들며 쪼르르 달려왔다.
오늘도 늦은 오후가 되자 길개가 찾아왔다. 마루와 반가운 인사를 하고, 내가 주는 밥을 다 먹고 나자 길개는 마루와 한참 놀다가 다시 유유히 어디론가 떠나갔다. 마루도 길개와 함께 집을 나섰다. 그러나 잠시 후면 혼자서 시골집으로 돌아와 문 앞 작은 마루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