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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Sep 14. 2022

봉숭아 물들이기

여름이 끝나는 길모퉁이다. 분홍 봉숭아꽃이 어린이집 화단에 예쁘게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은 형형색색으로 화려한 메뉴큐어들이 깔끔하게 정돈된 손톱에 한폭의 그림을 그려놓으며

예술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나의 어린시절 소녀들의 손톱은 연분홍빛 봉숭아 물로 순순한 첫사랑을 그리던 시절이었다.

봉숭아 꽃이 피기만 하면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기를 했다.


집으로 들어가는 길 담벼락 아래에는여름이면 봉숭아 꽃이 늘 피어있었다 . 분홍 여리한 봉숭아 꽃잎을 따다가 손톱에 올려놓고 있으면 봉숭아 물이 손톱으로 스며들어 분홍 물을 들여준다.

봉숭아꽃 물에는 내려오는 전설이 있었다.

첫눈이 올때까지 봉숭아 꽃물이 손톱에서 빠지지 않는다면 첫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누군가는 첫사랑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는 봉숭아물이 든 예쁜 손톱을 갖기 위해

그렇게 봉숭아물을 들였다.

아주 더 어렸을때는 언니들이 손톱 색이 예쁜 것을 보고 봉숭아 꽃을 보면 따다가 손톱에 올려놓고 봉숭아 물들이기를 했다. 그러나 그렇게 물 들인 손톱은 분홍빛이 남아있지 않았다.

첫눈이 내릴때까지봉숭아 물이든 손톱이 빠지지 않기를 나머지 손톱은 봉숭아 물이 빠져나가도

여전히 겨울까지 새끼 손가락은 손톱을 잘 자르지 않았던 어린시절 봉숭아 물들이던 소녀들이 기억난다

봉숭아 물들이기 

준지물: 봉숭아꽃과 잎 백반 을 준비한다.

1.봉숭아꽃과 잎 백반을 함께 빻은 다음 ..

2. 손톱에 올려 놓고 비닐로 손톱을 묶는다.

3. 그대로 밤에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봉숭아 물들인 것을 보면

손톱뿐만아니라... 손가락 전체에 봉숭아 물이 들여진 것을 보게 된다.

그래도 봉숭아 물을 들이는 그 시간이 설레였다. 봉숭아 물이 손톱에 색으로 스며 들면 그것으로 좋았다.


세월과 함께 거칠고 주름진 메마른 손으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가을의 입구에 서니 봉숭아 꽃이 나를 유혹한다. 그림도 없이 무채색 손톱에 분홍빛으로  물을 들여보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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