뻑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에라도 걸린 것일까? 바로 정신을 차리고 차를 우측으로 몰았는데 왼쪽 앞바퀴에 뭐가 걸렸는지 차가 잘 나가지 않는다. 갓길에 일단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몰고 가려는데 뒤에서 빵빵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반대편 도로에 트럭이 멈춰 서있고 차에 탄 사람이 내려 길가에 서 있었다.
"내가 중앙차선을 침범하기라도 한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화나서 차에서 내리신것일까? 일단 갓길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이런 내 차 앞범퍼가 찌그러져 있었다. 내가 차 사고를 낸 것이다. 내가 트럭을 친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아 길을 건너 트럭에서 내린 사람들에게 향했다. 부부로 보이는 아줌마와 아저씨가 서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사고를 냈나요? 혹시 크게 다친 것은 아닌가요?"
"운전을 왜 그렇게 해요"
"죄송합니다. 잠깐 고개를 숙였는데 제가 사고를 냈네요"
앞차가 천천히 가서 내가 속도를 줄여서 크게 사고가 안 났지 안 그랬으면 큰일 날뻔했어요."
"아이고 심장이야 가슴이 벌렁거리네"
정말 죄송해요. 어디 다친 데는 없으신 거죠. 병원에 가셔야 하는 것은 아니죠"
"아니 그 정도는 아니에요 놀래서 그래요"
운전을 한 아저씨는 담담하게 말을 했으나 함께 탄 아주머니가 많이 놀라셔서 심장 두근거림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차를 보니 차체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트럭의 뒤쪽에 둥그렇게 달려있는 연통 같은 것이 찌그러져 있었다.
"차 수리해야 하시죠?"
"이거 펴는데 얼마 들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수리하시면 알려주세요. 동네 어디 사세요? 전화번호 주시겠어요?"
"여동 살아요"
"아 저도 여기 살아요. 저희 큰오빠 혹시 아세요. 이름이.."
"펴는데 돈이 좀 들 거예요" 아줌마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사이 트럭 기사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저장했다.
"네 돈 드시면 말씀해 주세요"
"그냥 수리센터에서 펴면 되니까 펴면 알려드릴게요"
"네 죄송합니다."
"천만다행인 줄 아세요 크게 사고 날뻔했어요."
"네 죄송합니다."
연신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는 사이 내가 사고를 낸 트럭은 조용히 떠나갔다. 이렇게 보내도 되는 것인가 잠시 의구심이 들었다. 사고를 내면 보통 현장 보존을 하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데 트럭의 찌그러진 부분만 찍고 보냈으니 말이다.
내 차는 운전을 계속 할 수 없는 상태였다. 앞범퍼의 찌그러진 부분이 바퀴를 눌러서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사고를 내게 만든 원흉은 바로 강아지 때문이다. 강아지를 저녁내내 방에 데리고 있어야만 했다. 아침에 분명 일을 보라고 밖으로 보내주었건만 강아지는 볼 일은 보지 않았다. 그런데 하필 운전하는 내 옆에서 큰일을 보고 있던 것이다. 그것도 아주 왕건이가 나오는 중이었다. 차를 멈출까 하다 그 사이 똥이라도 차에 묻히면 안될 것 같아 빨리 대변 패드를 잘 깔아준 다는 것이 교통사고를 낸 것이다. 앞 차선을 보고 차가 오지 않길래 고개를 숙였건만 운전에 미숙한 나는 중앙선 쪽으로 살짝 방향을 튼것이다.
먼저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다.비가 보슬 보슬 내렸다. 뒤에오는 차들을 보내고 불안한 마음에 여기 저기 전화를 하는 사이 레커차가 왔다. 수리점 어디로 갈 거냐는 말에 마량과 완도 중 완도를 택했다. 찌그러진 부분을 펼 수 없냐고 질문을 하니 펼 수 없다고 한다. 새로 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차였지만 타고 다니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주행거리도 그리 많지 않았다. 차를 받을 때 사고를 내면 페차를 하기로 하고 몰고 있던 차였다.
완도수리점에 도착해 "폐차할 수도 있어요"라고 했더니 수리를 하면 더 탈수 있다며 왜 폐차를 하냐고 했다. 새것과 중고 중 어느 것으로 교체를 할 거냐는 질문에. 당연히 중고로 주문을 했다.
내가 레커차에 옮겨 타고 갔기 때문에 혼자 사고 차에 있던 강아지는 멀미를 했는지 침을 젤젤 흘리며 나를 보자 안심을 한듯했다. 차는 강아지 똥이 묻어서 장난이 아니었다. 차 수리까지 걸린 시간은 2~3일 걸린다고 했다.
동물 병원 예약 시간에 많이 늦었다. 보슬보슬 내린 비를 맞으며 강아지를 데리고 택시를 타고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은 강아지 중성화 수술을 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여유곡절끝에 사고차는 폐차가 되고 새로 중고차를 주문했다. 새차역시 지난번 모델과 비슷한 종류였다. 운전이 서툰 내가 엄마를 모시고 다니기에는 비슷한 차여야 한다는 결론이 난 것이다.
내 차만 폐차로 끝났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사람이라도 다쳤다면 어쩔뻔했을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섭기만 하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내가 사고를 낸 길은 오르막길이었다. 앞에서 차가오고 있었는데 내리막길이라 차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초보운전 시에는 사고가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2~3년 운전을 하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게 되는데 이럴 때 사고가 많이 난다는 것이다.
운전을 한 지 2년이 된 것 같지만 아직 나는 초보운전자이다. 그것을 잊지 말자 운전대를 잡고 잠시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한눈팔지 말자. 실수가 부른 이번 차 사고로 큰 교훈을 하나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