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이

by 약산진달래

조용하다. 하루종일 종알거리던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집안에 사람이 살지 않은 것 같다. 엄마와 단둘이 살았던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간 듯하다. 그러나 아이가 어질러 놓은 장난감들의 잔해가 방안에 뒹굴거리며 아이가 여전히 이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전업주부들은 어떻게 아이를 양육했을까 엄마는 위대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아이가 집에 찾아온 지 벌써 4달 째다. 한두 주 지내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던 아이가 한 달 이상을 계속 머물고 있다. 아이를 양육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이랑 함께 지내기가 힘들다고 한다.


나름 아이돌 보는데 자신이 있었다. 지금껏 만났던 아이들은 내가 하는 말에 집중을 잘했고, 나를 모두 좋아해 주었다. 교회사역을 할 때는 거짓말을 조금 보태 뽀로로만큼의 인기를 누리며 보냈다. 그래서 조카손주도 마찬가지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잠시 아이를 만나는 것과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은 하늘과 땅차이였다. 성장하는 아이의 성품 중 단면을 잠시 보는 것과 불안전한 전인격을 만나는 차이는 너무나 큰 차이가 있다.


혼자서 재미있고 놀고 있거나, 방글방글 웃으며 나의 지시에 순종하는 아이는 돌보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짜증내거나 울거나 찡찡거리는 것을 참아내야 하는 시간들이 생기게 된다. 아이와 힘겨루기가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승부가 나지 않았다. 나는 너의 보호자이고 너를 바른길로 가르쳐야 한다는 지도력을 보여주어야만 하는데 말이디.


잠시 맡겨져 있을 때는 무엇이나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동거가 길어질수록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하는지 알려 주어야 한다. 증조할머니 고모할머니 사이에서 지금껏 아이는 우위를 선점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니 나이 들고 몸이 약한 증조할머니를 무시하기도 하고, 고모할머니를 이겨보려고 한다. 아이는 엄마 아빠를 떠나 이제 어느 정도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할머니들이 살고 있는 집에 적응을 한 듯 보인다.

지금껏 홀로 받아왔던 사랑과 관심을 나누어 받아야 하는 것에 힘들어하는 아이의 사회생활이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어린이집 같은 선교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며 놀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할머니들이 사는 집으로 돌아오면 더 정서적인 안정감을 같게 되리라 생각한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좀 더 일찍 세상 가운데 던져진 아이가 지금처럼 똥꼬 발랑하게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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