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춤을 추는 아이

by 약산진달래


"할머니 우산 가지고 나와야 해"

선교원에 가면서 아이는 말했다.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듯 말이다. 후덥지근한 습기가 정오를 달구고 지나간 오후시간이다. 내릴 듯 말듯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제 장마가 시작하려는 것일까? 주룩 주르륵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아이를 마중 나갈 시간을 체크하고 있다.



어떤 우산을 들고나갈까? 우산을 고를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집에 있는 아이의 우산이라야 고작 미술학원에서 선생님이 주신 비닐우산과 아파트 입구에서 주어온 분홍우산이 전부다. 아이는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기를 좋아한다. 장화도 신고 싶어 한다. 비를 가릴 도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산 자체를 쓰고 싶다.


토독 토독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 소리가 음악 같아서일까? 우산을 쓰면 헤처 가야 할 험한 세상에서 자신을 가려줄 방패 같은 무기 하나 가진 기분 이어서일까? 자신을 보호해 줄 공간을 확보한 이유에서 일까? 아무튼 아이는 우산을 좋아한다.


혼자서 우산을 펴기도 하고 접기도 하고 우산을 흔들며 춤추듯 놀기도 한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의 집안은 우산춤을 추는 아이의 댄스장으로 변한다. 그러다 우산날에 살짝 몸을 스쳐 다치기도 하지만 그것마저 재미있는 놀이인지 우산을 가지고 놀기를 멈추지 않는다.


비 오는 날 우산은 아이의 새로운 모험을 떠나 탐구해야 할 신세계가 분명하다. 맑은 날에는 어른 손을 잡고 걸어가던 아이가 비 오는 날만 되면 우산을 혼자서 잡고 걸어간다. 세상 당당한 모습이 따로 없다. 누구도 그 안에 들어오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혼자서도 무서울 것 없다는 듯이 앞장서서 앞으로 걸어 나가는 모습이 대견하다.


그치지 않을 것처럼 내리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간이 다되었다. 우산을 들고 갈까 말까 생각하다 우산을 챙겼다. 망설이지도 않고 걸려있는 우산 두 개를 모두 들었다. 하원차가 오기까지 비는 오지 않았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학생들도 우산을 쓴 아이는 없었다. 시간이 되어 아이가 내렸다. 우산을 든 나를 보자 선생님께 인사도 잊은 채 우산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우산을 펼쳐달라고 했다.


"어 비가 안 오네"

우산을 쓰고 걷다가 멎은 비에 속상한 아이의 기분을 이해했는지 하늘에서 한두 방울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쓰고 가던 아이는 간식은 나중에 먹겠다며 바로 미술학원으로 직행했다. 그러다 집 앞에서 장화가 생각났다.


"장화를 신고 갈 거야"

아이는 노란 토끼 장화를 신고 투명 우산에 사인펜 그림이 그려진 우산을 쓰고 사뿐 싸 뿐 나비춤을 추며 날아갈 듯 발걸음도 가볍게 미술학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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