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좋아지려나 했던 증세가 점심을 먹고 난 후 갑자기 시작되었다. 바르게 누워있으면 괜찮았는데 일어서려고 하니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빙 돌았다. 아니 내가 세상을 중심으로 빙 돌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몇 달 전부터 계속 어지럼증으로 고생 중이다. 요 며칠 어지럼증이 생기지 않아 이제 괜찮아졌나라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긴 어지럼증은 내가 지금껏 겪었던 어지럼증과는 차원이 다른 강도 높은 어지럼증이었다.
계속 누워서 쉬어야 하는데 옆에서 중얼중얼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제발 조용히 해주면 좋으렴만 아이에게 나의 이야기는 소귀에 경 읽기나 마찬가지인 것을 안다. 아이들을 조용히 할 묘약 바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그새야 나만의 세상 속에서 잠시 안정을 취할 수 있었다.
바로 누우면 괜찮은 것 같았던 어지럼증이 옆으로 누우니 다시 요동을 친다. 이번에는 속도 메스꺼웠다.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이 함께 동반한 것이다. 잠시 다른 증상은 더 생기지 않나 나의 몸의 기관들에게 집중해 본다. 두통은 없다. 얼굴도 감각이 둔한 곳이 없다. 다행히 손과 발도 힘이 빠지거나 하지 않았다. 말이 어눌해지는 것도 같지 않다. 가장 두려운 뇌졸중 전조증상은 아닌듯하다.
생각해 보니 점심때 먹은 컵라면이 체한 것이다. 체해도 아주 급체를 한 것 같다. 좀 나아지려나 해서 매실청을 한잔 마셨다. 그런데도 메스꺼움과 어지럼증은 멈추질 않았다. 이럴 때는 토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직 위로 내려가지 않은 식도의 음식물을 억지로 게워내었다. 다 씹지 않고 삼킨 짜장라면이 '우웩'소리와 함께 변기 아래로 쏟아졌다. 한두 번 게워내고 났으니 좀 좋아지려나 했으나 그것도 잠시뿐이다.
이럴 땐 잠을 자고 일어나면 좀 더 나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운을 빼지 말고 그냥 가만히 누워 잠을 청했다. 잠을 자려다 오늘 짜장범벅을 먹고 너무 맛있어 인터넷으로 박스째 주문한 것이 생각났다. 짜장범벅을 생각하니 다시 속이 메스꺼웠다. 다행히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아직 배송이 되기 전이다. 주문 취소를 재빠르게 눌렀다. 그리고 나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잠시 잠을 자고 나니 뱃속이 우르를 천동 소리를 냈다. 화장실로 직행했다. 오늘 먹은 음식물들이 위를 통해 항문으로 와르르르 쏟아져 나오더니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전에 편의점에서 선택한 음료수가 맛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아까워 억지로 먹었는데 그때부터 속이 잘 못되었나 싶다. 아이가 선택한 구슬 아이스크림 역시 맛이 이상했다. 아이가 먹다가 남긴 아이스크림까지 먹어서 더 탈이 난듯싶다.
그렇게 위아래로 쏟아내고 나니 어지럼증은 잠잠해졌다. 어지럼증과 구토가 함께 생기니 이러다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파서 입원이라도 하면 엄마는? 집에 있는 아이는? 오빠라도 불러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다행히 나의 큰 걱정은 별 걱정이 아니었다. 그저 음식을 잘못 먹어 체한 것뿐이었다. 감사하게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