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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약산진달래 Aug 24. 2023

운동치료실 밖의 수다

엄마를 운동치료실 매트에  눕혀드리고 밖으로 나왔다. 아는 얼굴들이 몇몇 보였다

"안녕하세요"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 아들을 데리고 온 하얀 머리 언니, 남편을 데리고 온 커트머리 동생, 휠체어에 남편을 태우고 온 이빨 나온 이모까지 합세해 내가 요즘 치료받으러 다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처음 본듯한 보호자가 한 명 더 있었다.


"오늘도 치료받으러 가?"

"네 가야죠 엄마 물리치료실 가면 그때 가려고요"

"아쉽네 수다 동무가 한 명 없어져서"

하얀 머리 언니와 내가 나누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커트머리 동생이 대화에 합세했다.

"뭐 어때요 신데렐라처럼 12시가 되면 다시 돌아올 텐데요"

커트머리 동생은 하얀 머리 언니에게 이야기를 하더니 나에게 질문했다.

"치료받으니까 좀 나아요?"

"네 좀 나은 것 같아요. 좀 더 다녀봐야죠"

"머리 아프면 어깨가 아파서 그럴 수도 있더라고요. 저도 머리가 엄청 아픈 적이 있었는데 MRI 찍고 다했는데요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는데요. 어깨 치료를 받았더니 그 후로 머리가 맑아졌어요. "

커트머리 동생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때 옆에 있던 처음본 얼굴의 보호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래요. 어디서 치료받으시는데요?"

"머리 아프세요 아프시면 옆에 한의원 가세요"

"아프면 미리미리 치료받아요 해요"

나의 말에 본인이 얼마전 입원했던 한방병원을 추천을 해준 흰머리 언니가 말했다.

"아 저는 이제 며칠 안됐어요. 안 아파요"

"간병하시는 거세요? 가족 아니시죠?"

"네 간병이에요"

"얼마 안 됐으면 괜찮아요. 저희는 오래된 사람들이라 여기저기 안 아픈 데가 없이 다 아파요."

여기 모인 사람들을 가리키며 내가 말했다.

앞니가 나온 이모는 요즘 남편을 전적으로 케어하게 되면서 힘들었는지 입술까지 부르텄다. 앞니가 나온 이모 입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속 터진다는 듯 말했다.

"속이 썩어 문드러졌어요"



"돈도 벌고 다른 사람을 돕기도 하고 간병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아기가 되어 버린 남편을 오랫동안 돌보고 있는 커트머리 동생이 말했다.

우리들의 수다는 두통에서 간병 일로 전환되었다.

"그렇지 나이 먹어서도 할 수 있고"

"밖에 안 나가니 돈 쓸 일이 없어서 돈도 모으고 "

한 사람씩 간병을 하는 것에 대한 장점을 꺼냈다.


간병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여사님이 말했다.

"저는 자식들한테 말 안 하고 일해요 이 일하는 거 아무도 몰라요"

"다 그렇게 하더라고요. 자식들 전화 오면 이모집에 갔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몇 해 전 만난 간병인이 간병을 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것이 생각이 나서 내가 말을 이었다.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하잖아요. 이곳에 오면 친구들도 있고 외롭지도 않고 거기에 돈도 벌로 일하면 좋죠 70 80까지도 자기 몸만 건강하면 일할 수 있고 "

"맞아요"

간병인이 동의했다.

"네 건강하기만 하면 늙어서도 할 수 있는 직업이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동의했다.


"그런데 저는 처음 남편 때문에 처음 병원에 입원할 때 병원에만 있자니 갑갑하고 간 힘들더라고요. "

커트머리 동생이 병원에서 남편 간병을 하던 때를 회상하며 말했다.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더라니까"

앞니가 나온 이모도 한마디 했다.

"간병은 괜찮아요. 자신이 하기 싫으면 그만 둘 수 있잖아요. 가족과는 달라요. "

내가 말을 이었다.

"맞아요 가족은 끝이 없는데 간병인은 그만하면 되니까요"

하얀 머리 언니도 한마디 했다.

"저는 얼마 안 돼서 아직 괜찮더라고요"


시계를 보니 운동치료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엄마에게 가봐야 할시간 되었다. 벌써 5년에서 10년 이상 아픈 가족을 돌보며 재활치료를 계속 시키고 있는 보호자들의 수다는 끝이 나고 있었다. 흰머리 언니는 청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듯한 철없이 어린 아들에게로 , 커트머리 동생은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편마비 남편에게로, 앞니나 온 이모는 전신마비가 되어버린 남편에게로 가서 운동치료가 끝나면 다른 치료실로 옮겨주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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