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어도 산에는 못 가겠다

by 약산진달래

"가고 싶어도 산에는 못 가겠다"

침대에 누워있던 엄마가 갑자기 이야기했다.

"내 팔이 너무 얇아졌어야, 얼굴도 살이 빠지고 "

말하면서 엄마는 근육이 모두 빠져나가 자글자글 주름진 자신의 팔과 홀쭉해진 얼굴을 만지작 거렸다.


노인들은 일주일만 움직이지 않아도 근육이 빠진 것이 확연하게 눈에 띈다. 그런데 엄마는 벌써 2달째 침대에서 생활하고 있다. 재활병원에 다니며 했던 운동이야 고작 서기 10분과 운동치료시간 걷기 5분 정도였다. 근육은 많이 빠지고 있었지만 잠깐 서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엄마를 더 고통스럽게 할 수 없어 간신히 그 정도만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다리가 부러진 후 깁스를 하고 있는 두 달 동안 엄마는 더 늙고 더 약해져 버렸다. 깁스를 하지 않은 오른 다리의 근육도 모두 빠져버려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오른 다리뼈도 부러질 것처럼 가늘다. 약해진 오른 다리이지만 그 다리가 지탱해 주기 있기 때문에 지금껏 왼쪽 다리의 잦은 사고에도 견디어 오고 있는 중인데 걱정스럽다. 그나마 다행히 요즘은 휠체어를 타고 오른 다리만 전동스텝퍼에 다리를 올려놓고 운동 중이다.

빠져버린 종아리의 근육을 키우는 데는 한 시간을 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주글쭈글 해져버린 엄마의 종아리와 얇아져버린 허벅지를 보면서 늙고 연약해짐이 서글프다.

"엄마 내일부터는 팔운동도 좀 하자. 오후에는 휠체어 타고 공원에서 가서 옛날처럼 팔운동 하세"

나의 말에 엄마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날도 시원해졌고 기브스에 익숙해졌는지 잠에서 깨어나 몸을 조금씩 움직이려고 하신다.

하루하루 시간은 잘도 가는데 깁스를 풀려면 아직 한 달이나 더 남았다. 기다리는 시간은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것일까?


"산에는 왜 가려고?"

나는 엄마에게 물어보았다.

"개밥 주려고?"

"산에 개가 있어?"

"4마리나 있재!"

"아니 3마리 밖에 없는데 "

"아녀야. 닭장 앞에 한 마리 또 그 옆에 한 마리 4마리여"

걷고 싶은 열망 때문에 산에 가고 싶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엄마의 머릿속은 과거의 어느 시간의 혼동 속에 오늘도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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