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기 걷어 놔라

날씨는 아는 예지력

by 약산진달래

오후 늦게 산책을 다녀오니 침대에 누워 자고 있던 엄마가 눈을 뜨며 찡그린 눈으로 창밖을 보더니 말했다.


"비 오냐?"


엄마의 말에 밖에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비라도 내리나 하며 창문밖을 쳐다보았다. 날이 흐릿했다. 어스름 겨울밤이 스며들고 있었다. 어두침침한 눈으로 바라본 바깥세상은 더 흐릿했으리라 짐작해 보았다.


"아니 비 안 와 그런데 비 올 것 같네"


부정 같은 긍정의 대답을 했다.


"기 걷어놔라"

"뭐?"


엄마의 말은 늘 입속에서 오물오물거리다 밖으로 나온다. 정확한 단어를 알아들으려면 다시 말해봐를 여러 번 해야 알아들을 수가 있다. 생선을 걷어 놓아라는 말이었다.


"어디에?'

"밖에 빨랫줄에"


언제 생선을 널어놓으신 것일까? 나는 언제 적 생선을 걷어야 하는 것일까?


"무슨 생선?"

"몰라"


엄마가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엄마의 생각을 더 끌어내 보려고 한 번 더 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더 이상 생선 이름은 생각나지 않으셨나 보다.


엄마는 햇볕이 나면 생선을 마당 빨랫줄에 말려 놓으셨던 것이 생가 나셨나 보다. 무슨 생선인지 알아내려고 더 질문을 해봤자 엄마의 마음만 헤집어 놓을 뿐이다.


"알았어 걷어 놓을게"


이제는 엄마의 생각주머니에 언제나 긍정의 대답을 내뱉는다. 사실 아니라고 말해봐야 엄마는 믿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스며든 어둠은 검은 밤이 되었다.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이 되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보슬보슬 내가 내리고 있었다. 평생 섬마을 농부와 어부의 아낙네로 살아온 엄마는 도시의 창밖을 바라보고도 날씨의 움직임을 알아내는 예지력의 소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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