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물음에 노인정에 가고 싶으시다는 엄마의 휠체어를 밀고 울퉁불퉁한 길을 지나 신작로로 나갔다. 그러나 노인정에는 아무도 없었다. 동네 어르신들은 밭으러 일하러 가셨는지 아무도 계시지 않았다. 서운해서인지 말이 없는 엄마를 보며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한참을 지났지만 노인정으로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시골집에 내려오신 후 노인정에 가시지 않겠다던 엄마는 이제 매일 노인정에 가고 싶어 하신다.
"아야 핸식이네야 말 좀 해라'
평생 친구인 꼬부랑 할머니들의 재촉에도 엄마는 말이 없다. 정말 우울증에 걸린 것 일까? 엄마는 자존심이 센 여자다. 성격상 ' 자신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착각일 수가 있겠다. 한번 아프실 때마다 엄마의 뇌는 더 죽어갔기때문이다.
"밥은 잘 묵냐"
"혼자서 밥은 묵을 줄 안다냐"
"네가 고생이다. 어서 죽어뿌러야재"
"누가 본다냐 며느리는 못 봐야. 딸이니까 보재"
"네가 효녀다."
엄마의 친구들이자 이제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버린 어르신들이 엄마를 볼 때마다 나에게 한 마디씩 하신다. 그러나 여전히 엄마는 말이 없다. 두 해 전만 해도 엄마는 동네 어르신들의 말에 한두 마디씩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살을 찢는 고통을 참아내며 생사의 기로에 섰던 작년, 갑자기 뼈가 부러져 참담하기만 했던 올해의 병원생활로 인해 더 이상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무도 없는 쓸쓸한 노인정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 새 쌀은 왜 노인정에 갔다 두라고 한 거야"
"노인정에서 밥 해 묵게"
이제는 홀로 남은 동네어르신들이 노인정에서 함께 밥을 해 먹고 지내시던 그 옛날을 떠올리시며 여전히 햅쌀로 밥을 지어 같이 먹고 놀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