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왜 안 와? 무슨 일 있어?"
시골집에 내려와 있는데 '강진 희망'이라는 이름의 전화가 걸려왔다. "누구였더라" 생각하는 사이에 엄마가 다니던 재활병원에 다니는 환자 보호자라는 것을 알아챘다.
"아 ~ 아니요 이제 갈 거예요?"
"어머니한테 무슨 일 생긴 것은 아니지?
"아니에요. 다리가 부러져서 그동안 못 갔어요. 3개월 동안 깁스를 하고 있었거든요. "
"그랬구나 다 궁금해해서 전화해 봤어"
"네 다음 주면 갈 거예요."
"그래 그럼 다음 주에 봐"
전화를 끊고 나니 이제 재활병원에 다시 다녀야 할 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달 넘게 병원을 가지 않았더니 이제 다시 똑같은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 더 귀찮아지려고 한다. 예전에는 3일 다니는 것도 모자라 매일 다니고 싶었는데 말이다.
시골에서 광주로 올라온 이후 바로 재활병원으로 향했다. 신분증 없이 이름만 대면 접수가 가능했던 것이 이제 신분증을 제시해야만 했다. 엄마의 운동치료 시간도 사라져 버렸다. 4개월이란 시간은 너무 긴 시간이었구나. 새롭게 운동치료 시간을 잡아야 했다.
"처음에는 3일이 부족해 매일 다니고 싶었는데 이제 2일만 하려고요"
"모시고 다니기 힘드시죠"
간호사가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
운동치료시간을 새로 잡았다. 오전 3일 다니던 것을 오후 2일로 변경했다. 자전거를 타지 않고 매트만 하는 것으로 정했다. 치료사 선생님도 말이 없는 엄마를 위해 말을 많이 해주는 선생님으로 부탁했다. 목요일부터 시작이다.
물리치료실에 엄마를 눕혀드리고 오랜만에 만난 환자보호자들과 수다를 떨었다. 오늘 주제는 기저귀였다.
"기저귀 값이 너무 많이 들어요. 구청에서 기저귀를 나눠 준다고 하던데 가보려고요. "
남편을 돌보는 젊은 보호자가 말하자
"자식들이 기저귀 채우라고 해서 밤에 기저귀 채우니 너무 팬해 "
남편은 돌보는 보호자는 자식들이 기저귀가 떨어지면 사서 보내주니 신경 쓸 일이 없다고 했다.
"저는 쿠팡에서 사요. 저도 엄마가 기브스하고 누워있는 동안 기저귀 사용했는데 많이 들기는 하더라고요"
"외출할 때면 기저귀에 물티슈에 티슈에 챙겨야 할 짐이 얼마나 많은지 어디 이사 가는 사람 같다니까요"
남편을 돌보는 보호자의 호소다. 이번 시골외출에 기저귀가방만 따로 챙겨야 했던 터라 충분히 그 마음이 이해가 갔다.
엄마가 기저귀를 차면 무슨 일이 생길 것처럼 안된다고 했던 내가 이제는 기저귀를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깁스를 하고 누워계실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몸을 조금 움직일 수 있으니 기저귀를 차려고 하지 않으신다. 낮에는 괜찮지만 밤에만은 기저귀를 차고 주무시면 좋으련만 말이다. 기저귀를 차고도 밤이면 두 시간마다 자는 사람을 불러내시지만 혹시 하루라도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