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한달동안 공사를 한다. 코로나 때문에, 춥다는 이유로 겨우내 몸을 움직이지 못하시는 엄마는 집안서만 지내야 했다. 날이 조금씩 풀리면서 재활치료를 다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꽃 피고 따뜻한 이 예쁜 봄날에 엘리베이터 공사를 하게 된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 동은 엘리베이터가 1대뿐이다. 그래서 엄마가 외출 할 수 있는 시골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오기로 결정 했다.
출발 당일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시간을 확인을 하고 어제 오후부터 차에 싣기 시작한 짐을 모두 실었다. 하루나 이삼 일이 아니라 한 달이어서인지 생각보다 짐이 많았다.
시골에 내려가기 전에 엄마 목욕도 시켜드리고 만반의 준비를 한다. 빼놓고 가면 안 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약이다. 그런데 약이 한 보따리나 된다. 요즘 차를 타고 나가면 멀미를 하시는 엄마는 멀미약을 사 오라고 말씀하신다.멀미약 살 생각을 안 했는데 나보다 현명하신 분이다.
마지막으로 반찬거리들을 차에 싣고 엄마에게 멀미약도 잊지 않고 챙겨 드렸다. 집을 정리 후 9시에 집에서 나왔다. 10시부터 엘리베이터가 멈춘다고 하는데 혹시 모르니 미리 서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시골로 내려가는 길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이라 마음이 불안하다. 엄마는 옆에서 뭐라고 웅얼거리시는 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다. 다시 들어보니 창문이 열려 있었던 것이다. 운전에 집중하느라 엄마의 요구를 들어드릴 수가 없었다. 불편하시더라도 잘 참고 가시길 바라며 무어라 말씀을 하시려고 하면 "엄마 나한테 말 시키지 마!"를 나는 외친다.
고속도로로 나오니 완연한 봄이다. 도로마다 벚꽃엔딩이 울려 퍼지고 있다. 꽃잎이 바람에 휘날려 흡사 눈이 내리는 것처럼 차의 유리 창문에 부딪쳐온다. 초록 잎사귀들이 빼꼼하게 인사를 하며 온 세상이 연두와 초록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다. 유달산이 아스라이 보이는 곳에는 유채꽃들이 노란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제 풀치 터널이다. 이 터널을 지나면 외할머니 산소가 있었던 곳이다. 풀치 터널을 지나면 이제 다 왔다는 마음이 생긴다. 아직 한시간은 더 가야하는데도 말이다.
강진으로 더 내려가야 하는데 네비를 잘못 보고 다른 길로 빠져 버렸다. 다시 우회를 해야만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네비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으니 말이다.
가우도 출렁다리 앞에서 잠시 화장실에 들렀다. 이제 정말 다 왔다는 마음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기지개를 켰다. 바람이 약간 차갑다. 이곳도 유채꽃으로 가득하다. 봄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을 기다리며 너무 예쁜 노란 꽃잎이 빛나는 아름다운 날이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마량 가는 길 가로수의 마지막 벚꽃엔딩을 즐겨보며 고금도에서 마지막 벚꽃엔딩을 즐기며 약산으로 들어섰다. 약산대교를 지나니 여전히 태양광 반대의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이미 허가가 났다고 하는데 지역주민 26% 외지 사람 74%라니 이미 관산리 간척지 땅들은 외지 사람들의 땅이었다. 앞으로 이곳에 태양광이 들어서면 시골길을 찾아올 때 태양광 가득한 간척지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
시골집으로 들어오는 길 가장 난코스의 좌회전을 하고 집으로 조금스럽게 들어왔다. 바람이 심하다. 집 앞을 가로막고 있던 파란 창고는 이제 철거되었고 바람이 을씨년스럽게 빈 집의 양철 문들이 삐걱거린다. 오랫동안 비어 있는 빈집의 창고로 쓰는 문들은 반쯤 열려 있거나 모두 다 열려 있다. 그 안으로 마른 나뭇잎들이 한가득이다. 청소가 시급하게 느껴진다.
가장 먼저 차에서 엄마를 내려 드리고 짐도 내려놓는다. 난방을 체크하고 수도도 체크해본다. 지난 주말 미리 내려와 청소며 수도며 세탁기를 체크해 놓고 간 오라버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바람에 삐걱거리는 문을 닫아본다. 그러나 작은 바람에도 스르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문이 스스로 열리는 소리에 나는 잠시 소스라친다. 그 열린 문틈으로 찬바람이 세게 들어온다. 기름보일러의 기름을 체크해 본다. 따뜻한 봄날의 시골을 상상하며 내려왔는데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스산한 기운마저 맴도는 빈집에서의 한 달 살기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