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지옥 같은 고동까기도 즐거워

고동 삶는 법

by 약산진달래

시골생활 중 재미없는 일이 있다면 바로 고동 까기이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고동을 잡기까지는 너무 재미있다. 찰랑거리는 바닷물에 빠져가며 바닷 물속에서 바위에 살짝 몸을 숨기고 있는 고동잡기는 힐링 그 자체이다. 거기에다가 큰 고동이라도 발견한다면 묘한 희열감까지 느낄 수 있다.

잘못 발을 디뎌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찍을 때도 있다. 고개를 숙이고 큰 고동을 찾다 보면 허리도 아프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고동잡이를 한다. 고동을 잡기 위해 들고나간 바구니를 꽉 채워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이다.


고동을 잡은 날 밤 고동을 바로 까야만 하는데 고동을 잡은 만큼 고동 까는 시간은 배가 넘게 걸린다. 여기서부터는 노동의 시작이다. 고동을 잘 까기 위해서는 고동을 잘 삶아야 한다. 고동을 잘 씻으면 좋겠지만 그러다 고동이 쏙 들어가 버리면 고동 까기 시 낭패를 볼 수 있으니 고동을 살살 달래듯 씻어낸다. 그리고 바로 솥에 물을 붓고 고동을 삶기 시작한다.


고동을 잘 까기 위해서는 고동 삶는 법이 중요하다. 한 번은 끓은 물에 고동을 집어넣은 적이 있었는데 고동이 갑자기 뜨거운 물에 너무 놀랐는지 몸을 보호하는 고동 껍질 속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다. 깊게 들어가 버린 고동 살을 바늘로 꺼낼 수가 없었다. 어쩔 수없이 고동을 깨서 고동 살을 꺼내 야만 했다. 한 번의 실수가 있었으니 그다음부터는 고동 삶는 법부터 잘 숙지해야 고동 까기가 수월해진다.


삶아진 고동 물이 적당히 식으면 이제부터 고동을 까야하는 시간이다. 고동 까기 선수께서 안방에서 나 몰라라 하시니, 고동 까기 초보들이 마루에 둘러앉아 바늘을 하나씩 들고 고동을 까야만 하는 것이다.

큰 고동일 수록 고동 살이 많고 바늘로 한 번에 고동을 깔 수가 있다. 그러나 작은 고동은 한 번에 고동 끝에 있는 똥까지 살려내지 못한다.

누군가는 고동 똥을 고소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고동 똥이 쓰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고소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고동 까기를 할 때는 악착같이 고동 똥까지 꺼내려고 노력을 한다. 한 번에 실수 없이 고동 똥까지 꺼내면 그때부터 고동 까기가 재미있어진다. 그러나 처음부터 고동껍질에서 고동이 잘 나오지 않으면 고동 까기는 짜증을 불러일으킨다.


어느 정도 고동을 까기 시작하면 허리가 아파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고동은 줄지 않는다. 개미지옥 같은 고동 까기는 그렇게 한 시간이 되고 두 시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한 사람씩 기권을 한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동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동잡기는 즐겁지만 고동 까기는 지루한 작업이다. 어서 빨리 끝을 보고 싶지만 끝이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가족들이 고동을 까는 한 가지 일에 함께 집중하며 즐거운 수다타임을 즐길 수 있다. 그만 두고 싶어도 빠져나올수 없는 개미지옥같은 고동까기 덕에 가족 간의 정은 더 깊어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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