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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리 Nov 21. 2019

#11.

- 달려가는 곳



 내 친구들의 절반 이상이 결혼을 하고 또 그중의 절반 가량 아이를 낳았다. 

조금 큰 아이들이 있는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반복적으로 들리는 말들이 있다. 

뛰지 마~! 

 

 엄마가 된 친구의 절박한 목소리. 뛰지 말라는 당부가 그런 말들 중의 하나이다. 실내에서는 층간 소음 때문이고 실외에서는 뛰다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여 아이에게 달리지 말라고 그렇게 외친다. 


 그런데 그 소리가 어째 너무도 낯익다. 나 역시 선생님에게 주야장천 들었던 말이지 아니한가.

 근육이 빠진 다리,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혈관에 바늘을 꽂아도 피가 나오지 않는 발목, 그럼에도 고수하는 굽이 높은 신발을 신고 나는 자꾸만 달린다. 


 엄마들이 외쳐 돼도 아이들이 뭐 말을 잘 듣던가, 집에서도 못 뛰놀았는데 밖에서 얼마나 뛰놀고 싶겠는가. 

나 역시 선생님의 잔소리에도 멈출 수가 없다. 저어기 선생님이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자꾸만... 달리게 된다. 




너무 좋은가 보다. 자꾸만 달려가 안는다. 

불이 깜빡이는 신호등이나 출발을 앞둔 버스도 아닌,

내가 달려가는 곳은 언제나 선생님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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