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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리 Nov 22. 2019

#12.

- 존경




 이상형에 대한 질문에 나는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선생님의 인생 업적들은 실로 대단하다. 누구든 그의 역사를 들으면 입이 떡하니 벌어질 만큼 열심히 살아오셨고 목표를 이뤄내셨고 자기 어깨에 강제로 얹힌 짐을 부담하셨다. 그렇게, 가족을 지켜내셨다. 


 처음엔 그랬다. 나 역시 선생님의 업적들에 감탄하며 그를 우러러보았다. 그러나 지금 내가 그를 우러르는 이유는 비단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그 눈부신 성공의 역사들보다 그가 존경스러운 이유는, 


그의 정의로움이다.


 선생님은 강한 사람 앞에서는 강하고 약한 사람 앞에서는 약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앞에 있으면 그는 고민 조차를 하지 않았다. 몸이 먼저 달려가 도움을 주곤 했다. (물론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할까 봐 후에 엄청 걱정하지만.) 무엇보다 모두가 아니라고 말해도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거침없이 그렇다고 말했다. 부도덕한 일의 유혹 앞에서는 본인 양심의 무게를 더 높이 두셨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외쳤다. 그리고 쓰러지지 않았다. 부딪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자신의 입장을 꿋꿋이 알리셨다. 


 지하철에서 쓰러진 여성에게 심폐소생술을 하고 수레를 끄는 노인을 달려가 돕는 사람. 자신이 알고 있는 그 무수한 지식을 남들에게 가르쳐주기를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 식당에서 진상을 부리는 다른 손님에게 일침을 가하고 금연장소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에게 경고할 수 있는 사람. 아무도 모르게 불법을 행할 수 있는 기회가 와도 자신의 양심을 그 가격에 팔고 싶지 않다며 단칼에 거절하는 사람. 사회에서 심어주는 무력감에 여러 번 넘어져도 절대 그것에 지지 않는 사람. 십억의 빚을 갚으면서도 얼마나 더럽고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 알기 때문이었다며 유흥업에 몸담지 않았던 사람. 부딪혀 울고 있는 나에게 "지지마. 그들이 원하는 것이 네가 포기하는 일이야."라며 묵묵히 투표하는 사람. 


 곁에서 지켜봐 온 선생님의 진가는 이런 정의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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