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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리 Nov 19. 2019

#10.

- 아재의 선물 (1)



 선생님이 처음 내게 준 선물은 감자였다. 평소 무뚝뚝하고 냉소적인 그가 학교 원우회실에 숨겨두고 간 감자. 

 그 뒤로도 간 영양제, 경동시장에서 직접 갈아온 미숫가루 3kg, 건조대, 홍삼, 보온병, 명절 음식, 치약, 가그린, (부모님이 사주신 것 같다는 평을 들은) 잠바 등 몸에 좋은 것들이거나 생필품 등이 주를 이뤘다. 


  또래 남자들에게 받았던 것들과는 거리가 있는 전달 방식과 품목들에 당황하며 웃었던 순간들. 점점 줄어드는 내 체중과 음주가 잦은 내 건강을 걱정하던 선생님의 마음. 조용히 나를 살피다 내게 필요한 물건들을 장만해주는 츤데레 같은 세심함. 나와 9년의 나이차를 가진 그의 지극히 현실적인 선물들을 회상하면 언제나 지금처럼 입이 귀에 걸린다.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아재의 선물들. 


 "사랑받고 있음이 느껴져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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