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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리 Nov 25. 2019

#14.

- 영화는 영화다



 내 과거의 키워드가 '학대'라면 선생님의 키워드는 'IMF 구제금융 요청'이다.


 선생님과 내가 유일하게 함께 하는 데이트는 카페 방문과 영화 관람. 18년도에 우리는 영화 <미쓰 백>과 <국가부도의 날>을 보았다. <미쓰 백>은 아동학대를 다룬 영화였는데 선생님은 영화 내내 눈물을 훔치셨다. 반면 나는 코가 찡긋한 순간들이 있었긴 하지만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울고 싶지 않았다.

  <국가부도의 날>을 보러 갔을 때 나는 오열하듯 울었고 선생님은 준비한 휴지가 무색할 만큼 덤덤하셨다. 영화가 끝나자 울고 있는 내게 많이 슬프냐고 묻던 선생님은 나지막이 "저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말씀하셨다. <미쓰 백>을 보고 나온 나 역시 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미쓰 백은 존재하지 않아."

 언제나 영화보다 더 잔혹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흘려버린 눈물들은 서로의 상처에 대한 위로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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