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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리 Nov 27. 2019

#15.

- 미소



 나는 양극성 장애로 조증 삽화와 그 보다 더 긴 우울 삽화를 오가며 살고 있다.  우울한 기간에 나는 한 없이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는다. 조증 기간에 벌려 놓은 일들을 버거워하고 스스로를 자책하다 주저앉고 만다. 


 어김없이 우울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어느 날이었다. 바닥만을 바라보던 내 눈에 어떤 빛이 보였다. 바닥에 드리워진 새하얀 그 빛은 선생님이었다. 


 부러질 듯 크고 강한, 다정함과는 거리가 먼,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말장난이 세상 유머의 전부인 줄 아는 아재. 그런 그가 내 앞에 있었다. 선생님은 옆에 있던 에코백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에코백을 뒤집어쓰셨다. 당황한 내가 "뭐예요?"라고 묻자 그는 말했다.

캡틴 도 스패로우 야.  

 

 이럴 수가. 당시 개봉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의 잭 스패로우를 코스튬한 거라는 선생님. 순간 웃음이 "빵!"하고 터져 나왔다. 어찌 그런 그를 보고 미소 짓지 않을 수 있단말인가. 


 내 미소를 보기 위해 노력하는 남자. 선생님은 내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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