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뒷모습
짧지 않은 시간을 만나 오면서 선생님을 왜 만나냐는 (무례한) 질문을 받곤 했다. 그건 아마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서로 누군가를 만날 수 있을 만큼 몸도 정신도 현실적인 상황들도 여유가 없었다. 그런 우리의 만남을 세상의 기준에서 일반적인 연인으로 보기는 다소 어려웠을 것이다. (대체, 일반적이라는 기준이 뭐겠냐만은. .)
그런 질문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쌤의 뒷모습이다.
그냥,
그냥.. 선생님의 뒷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어떻게든, 뭐든, 다 해 주고 싶다. 줄 수 있는 것이 이토록 없음에, 더 줄 수 없음에 한 없이 미안해진다.
간혹 나이차를 거들먹거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이야 그 사람이 널 이끌어 주는 것처럼 보여도 곧 네가 수발들어야 할 걸'이라며 더 무례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러고 싶다고 말한다. 쌤이 아프면 간호해주고 쌤 입맛에 맞게 육류가 빠지지 않는 식탁을 차려주고 내가 그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에 그가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쉴 수 있기를 언제나 바란다. 신기하게도 해가 지날수록 이런 마음들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그러려면 우선 나부터 건강하고 나부터 잘 살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돌아온다.
굳이 내게 선생님을 만나는 이유를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 사람이 너무 소중해서 내가 나 스스로를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