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재의 선물 (2)
나는 기념일을 챙기는 것에 서툰 사람이다. 마치 달리기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을 것 같아 꼴찌로 결승점에 도달하는 것과 같다. 아무도 내 생일을 챙겨주지 않을 것 같아 먼저 포기하고 쿨한 척 해왔다.
오히려 이런 부분에선 선생님이 더 섬세해서 생일은 물론 상술에 지나지 않은 각종 데이들도 세심히 챙겨주셨다. 화이트 데이, 빼빼로 데이, 생일 모두 한번 빠짐없이 (언제나 꽃과 함께) 챙겨주셨고 내 졸업식에 꽃을 들고 와주겠다는 약속도 지키셨다. 일하던 센터로 꽃 상자를 배송해주기도 했으며 보통의 어느 날 장미 한 송이를 사들고 와주시기도 했다.
내 평생 받을 꽃을 선생님 한 명에게 다 받은 것 같다. 아니 그보다 더 받은 것 같다. 선생님이 무심히 건네는 꽃을 받을 때마다 내가 여자라는 걸 실감한다.
선생님이 꽃을 주시면 나는 또 한 송이 한 송이 말려서 다시 꽃다발을 만들기도 하고 카드를 만들기도 하고 리스를 만들기도 한다. 꽃을 받은 날 기쁘고 말리며 흐뭇하고 카드를 만들어 다시 선물하고 집에 장식까지 해두면 일 년 내내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