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행복 권익위원회에서 나왔습니다
그런 선배가 있다. 평소에는 주야장천 상하 관계를 강조한다. 자신이 기득권을 가졌으므로 짬밥 문화에 찬성. 그러다 자신에게 피해가 올 법한 상황이 오면 돌연 사상 혁명이 일어난다.
“우린 평등한 팀원이니 네가 보고하고 책임도 네가 져야지.”
이런 부류의 사람이 인사평가는 좋다. 윗사람에게 밑 보일 일은 애초에 다 차단하니까. 책임을 전가하든, 뒤에서 헛소문을 만들든, 어떻게든 자신에게 오는 피해를 막는다.
말은 또 번지르르하게 한다. 모두가 자신을 싫어하는 걸 알기에 열심히 변호한다. 내가 이 정도로 똑똑해, 그래서 당신들과 안 맞는 것뿐이야. 고과를 잘 받는 것도 내 실력이야. 멍청한 인간들이 나를 시기하지. 누가 이직했다고? 못 버티는 놈들은 나가야지. 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어쩌고 저쩌고.
참 열심히 사는 모습이 애처롭다. 더불어 진심으로 궁금하다. 이 사람은 삶이 행복할까? 행복하다면, 이 사람에게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의 모양도 각양각색인 걸까?
불행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불행하지만,
행복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행복하다.
톨스토이는 뒤집어도 역시 톨스토이인 걸까?
어떤 이야기든 중심에 악역이 있다. 빌런(Villain) 없는 어벤저스(AVENGERS)는 상상할 수 없듯이. 밥맛 떨어지는 선배도 내 삶 이야기에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게 생각한 후로 이 사람 입이 안 움직이는 날은 왠지 허전하다. 하루를 허무하게 날려버린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물론, 그 인간이 ‘개 XX’인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세상에는 불변하는 진리도 있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