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과 낙천 사이

아마 그 어디쯤

by 글쓰는 아재
대충.jpg 이제 사진도 대충 찍을 거야?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건을 마주할까? 그 많은 사건마다 복잡하게 대응하는 건 쓸데없는 피로다. 복잡해서 피로하고, 피로가 쌓이니까 더 피로하다. 굳이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나. 대충 살면 그만인데.


아침부터 비가 쏟아붓는다. 어깨에 우산 둘러메고 점심 원정대 출발. 문득 보니 우산 손잡이가 휘었다. 휜 손잡이를 힘주어 펴다가 똑 부러져 우산대만 남는다. 그럴 수도 있지. 대충 우산대 잡고 간다. 높이 들어야 해서 팔이 좀 아프지만, 이럴 때 운동하는 거지 뭐.


전신 운동과 함께 찾아간 칼국수 집. 조금 전 확진자가 다녀가서 갑자기 영업 중단이란다. 조금만 늦었어도 확진자와 시간이 겹쳐서 격리당할 뻔했다. 어이쿠 우산 안 부서졌으면 어쩔 뻔했어.


무더위를 뚫고 찾아간 타코 가게. 주인은 혼자 일하고 손님은 계속 쌓인다. 타코 집에서 주인과 손님이 함께하는 혼돈의 파티 시간. 20분 기다렸지만 나보다 늦게 온 손님 타코가 먼저 나온다. 10분이 더 흐르고 음식을 내온 주인이 묻는다.

“6번이세요?”

“아니요, 전 4번인데요.”

“아, 죄송합니다. 이건 나왔고 저것도 나왔고, 이것만 더 드리면 되겠네요.” 기약 없는 말을 남기고 다시 부엌으로 사라진다. 다시 혼돈의 시간. 그럴 수도 있지. 이대로 계속 앉아 있다가 저녁으로 먹고 가든가.


카페를 향해 걷고 또 걷는 골목길. 건물 옥상에서 갑자기 물 폭탄이 떨어진다. 올려다보니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물청소라도 하나 보다. 그럴 수 있지. 더운데 시원하고 좋지 뭐. 대충 털어내고 가면 그만이다. 어차피 대충 산 옷 대충 입고 왔는걸.


궁둥이가 땀으로 축축해질 정도로 붙어 앉아 있지만, 글이 써지지 않는다. 그럴 수도 있지. 일단 대충 쓰고 본다. 대충 써 놓으면 내일의 내가 고쳐 주겠지. 아, 내일의 나도 대충 고쳐 놓으려나? 괜찮다. 모레의 나도 있으니까.


“낙천이 먼저야 대충이 먼저야?”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뭐가 중요하나. 치킨은 맛있고, 달걀도 맛있으면 된 거지. 바보야 낙천과 대충의 관계를 고민하면 대충 사는 게 아니잖아. 피곤하게 그런 걸 왜 물어봐. 그냥 대충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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