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하루가 말을 걸 때
빗소리가 좋다.
비가 오면 문을 열어두고,
빗방울이 떨어져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즐기는 것이 내겐 행복이다.
쉬운 일 같지만 그렇지 않다.
출근하지 않는 날이어야 하고,
과수원 같은 외부 일이 없어야 하며,
하필 그날 비가 와야 한다.
거기에 약간의 나태함과
약간의 이기심이 가미되어야
비로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오늘은 대전으로 출장이 있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우리 집은 실제 강수량보다
체감 강수량은 약 30%쯤 이상이다.
발코니의 낡은 어닝을 타고 떨어지는 비,
흙이 아닌 나무데크에 부딪히는 비,
정원수를 휘감으며 흘러내리는 비가
유난히도 큰 소리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우리 집 안에서는
‘빗방울’이 아니라 ‘빗줄기’가 되어 들린다.
후두두둑— 떨어지는 소리에
‘하필 이런 날…’ 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빗속을 뚫고 출장을 가야 하다니'
두 아들을 깨워 등교 준비를 시키고,
부랴부랴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 도착해 휴대폰을 확인하던 순간,
부끄러움과 놀라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우리 *부단히런 가족들은
이 빗줄기 속에서도 어김없이 정기런을 강행한 것이다.
두 팔을 벌리고 비를 맞으며,
어스름한 해변을 달리는 영상이 올라왔다.
‘하필 이런 날 출장이라니…’
투덜대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비를 맞으며 해맑게 웃는 얼굴들,
그 아침을 함께 여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또 얼마나 부러운지.
그때 알았다.
빗소리에 취한 낮잠만이 행복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비 오는 날을 달릴 수 있다는 것—
그게 더 값지고, 더 큰 행복이었다.
비 오는 날의 왈츠 런.
나도 달리고 싶다.
나도 그 빗속에서 춤추고 싶다.
그 행복 안에 나도 속하고 싶다.
이런 갈망이
다시 나를 일어서게 하고,
다시 나를 달리게 할 것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다시 일어서자.
이게 행복이다.
*부단히런 : 온라인 러닝 크루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으며, 같은 지역이라면 함께 오프라인 런도 즐긴다.
[런데이]라는 앱을 통해 내 기록을 기록하고 단톡방을 통해 인증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