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하루가 말을 걸 때
거친 숨이 목을 타고 쏟아져 나온다.
머리와 가슴, 두 다리는 제각각 힘들다 아우성치지만 나는 오늘도 달린다.
달리기에 입문한 지 이제 10개월.
처음엔 1분 달리기도 버거웠지만, 모바일앱 속 코치의 지시에 따라 1분 뛰고 2분 걷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7분, 10분을 뛰고 있었다.
“어? 이게 되네?” 스스로 놀라며 웃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겨울밤, 싸라기눈을 맞으며 달리던 기억도 있다.
짧은 다리에 접힌 뱃살, 굵은 팔뚝으로 눈보라를 헤치고 달리던 내 모습은 우습기도 했지만, 그만큼 간절했다.
누군가의 시선보다 중요한 건, 달릴 수 있는 나 자신이었다.
사실 나는 한때 심한 허리 통증 때문에 일상조차 힘들었었다.
추간판 팽윤과 척추 전방전위증으로 걷기도 버거웠고 덱시부프로펜의 진통제 힘으로 견뎠다.
호르몬 불균형으로 인한 급격한 체중증가와 거기서 오는 무기력함은 나를 더 깊이 주저앉혔다.
그러나 걷기와 달리기를 조금씩 이어가자 놀랍게도 통증이 점차 줄어들고 있음이 느껴졌다. 대신 새롭게 맞게 된 무릎통증쯤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증거가 되고 있다.
달리기는 계절에 따라 다채롭게 물들었다.
겨울이면 차가운 입김이 내 호흡을 눈앞에 그려주었고, 봄이면 흩날리는 벚꽃 잎이 발끝마다 부서졌으며, 여름이면 바다 냄새와 함께 짭조름한 바람이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8.15 기념 런에서는 해녀복장을 하고 태극기를 앞세워 해안도로를 달렸다. 그날의 장면이 sns에 퍼지자, 나의 어깨는 저절로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달리다 보면 늘 같은 과정이 찾아온다.
첫 1km는 힘겹고, 두 번째 1km는 ‘내가 왜 달리고 있지?’라는 질문이 무겁게 다가온다.
그러다 다시 1km를 지나면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엔진에 불을 지핀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조금만 더’라는 다독임으로 스스로를 이끌고 있다.
달리기를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단지 방법을 몰랐을 뿐이라는 것을.
한때 병과 통증에 갇혀 있던 내가 오늘은 달린다.
달릴 수 있음에, 그리고 살아 있음에 깊이 감사한다.
이제 무엇이 어려우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