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하루가 말을 걸 때
작은 루틴 하나하나가 모여 하루가 돌아간다.
아침, 어렵게 눈을 뜨고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몸을 깨운다.
아침 어스름이 번지고 부지런한 새소리가 들려온다.
하루가 천천히 깨어난다.
“5분만 더!”를 외치는 아이들을 가까스로 깨우며 두 아들의 방을 오간다.
여러 번 왔다 갔다 한 끝에 한 아이가 샤워실로 향한다.
그제야 나는 주방으로 향해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남편은 대체로 아침을 먹지 않는다.
안 챙겨주다 보니 버릇이 된 걸까? 아니다.
그는 본인 준비만으로도 아침이 늘 빠듯한 사람이다.
큰아들은 새 모이만큼 먹는다. 그것도 아무거나가 아닌 주먹밥 정도다.
작은아들은 무엇이든 한 그릇 이상을 먹는다.
하루 중 내가 챙겨줄 수 있는 ‘식사다운 식사’다. 귀가가 늘 늦기 때문이다.
다음은 남편의 출근 준비를 돕는 일.
와이셔츠와 양복에 섬유 향수를 뿌려 대령하고,
냉장고에 넣어둔 화장품을 꺼내놓는 것이 내 아침의 마지막 임무다.
뒤이어 나도 출근 준비를 한다.
평균적으로 남편의 준비 시간은 1시간 남짓,
아이들의 등교 준비는 40분,
그리고 나의 준비 시간은 단 15분이다.
쌍둥이 아들 중 한 명은 남편이,
또 한 명은 내가 각각 등교를 맡는다.
두 아이의 학교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내로, 엄마로서의 하루 1막이 끝난다.
직장에 도착하면 커피 한 잔을 하며 메일을 정리하고
그날 처리해야 할 업무 목록을 작성한다.
점심은 동료들과 함께하고, 티타임을 가진 뒤
퇴근 전 업무 목록을 다시 점검한다.
예상치 못한 돌발 업무가 생기더라도
정해둔 루틴만큼은 반드시 지킨다.
그게 하루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내 방식이다.
퇴근 후엔 내가 가장 몰입하는 러닝의 시간이다.
요즘은 헬스장에서 트레드밀 위에서 달린다.
무릎과 정강이 통증으로 야외 러닝이 힘든 날엔
트레드밀이 최고의 대안이 된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붉은 노을을 본다.
그때 밀려오는 건 피로가 아니라
‘오늘도 해냈다’는 작은 성취감이다.
저녁의 공기, 그 시간만의 냄새가 있다.
집으로 향하는 각자의 기대와 피곤함,
그리고 설렘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생활의 냄새.
그 냄새를 맡을 때면 오늘 하루가 뿌듯하게 느껴진다.
퇴근한 남편과 귀가한 아이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한다.
모두의 식사 시간이 다르고 취향도 달라
저녁은 두세 번에 나누어 차려야 한다.
그중에서도 남편의 저녁에 가장 신경을 쓴다.
집에서의 첫 끼이자,
영업직인 그가 하루 종일 굶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식사가 끝나면 남편의 간식을 준비한다.
거창할 건 없다. 과일이나 마른 스낵,
아니면 시원한 아이스크림 정도다.
그다음엔 퇴근 전에 돌려둔 빨래를 널고,
마른빨래를 걷어 개켜 둔다.
이렇게 4막의 루틴이 마무리되면 이제 자유다.
가장 좋아하는 소파에 기대어
못다 본 SNS를 보고, 책을 읽고,
드라마를 다시 챙겨본다.
짧지만 그 시간을 기다려온 긴 하루였다.
그래서 더 달콤하다.
그렇게 나의 하루는 루틴으로 완성된다.
가끔 루틴을 벗어난 작은 일탈의 날이 찾아오면
다시 루틴으로 돌아갈 힘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