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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진 Jan 13. 2023

목적과 조건을 고려한 워크숍 설계

희년은행 조합원 모임 준비에서 실행까지(1)

연구를 진행하게 될 때 워크숍의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데 개인 인터뷰를 할 수도 있고, FGI 같이 특정 주제나 의제를 바탕으로 토론식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있던 사실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워크숍은 어떤 점이 다를까요? 


가장 큰 차이는 워크숍은 참여자들이 더 높은 수준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참여자들이 주어진 방법론을 바탕으로 보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생각을 빌드업해나가고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대안 혹은 구체적 계획 같은 것을 도출하는 것이 워크숍의 목표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도출한 결과는 참여자 스스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현장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대한 애착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워크숍 시간을 모면하려고 아무렇게나 낸 의견이 아닌 이상 자신이 조금이라도 기여해 만든 결과물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는 성향을 가지게 됩니다. 


제가 가까이 지내는 단체 중에 희년은행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출자금을 모아 마련한 자금을 운용해 부채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고금리 부채를 중 저금리 전환해 주고 재무 상담도 해주는 그런 곳입니다. 이곳에서 신년을 맞아 2030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합원 모임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얼굴 보고 인사하고, 조직의 계획 같은 것을 이야기해도 의미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센터장님께서 그간 가졌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활동을 하고 싶어서 조합원 모임을 워크숍 방식으로 운영해 줄 수 있을지 물어봐 주셨습니다. 그동안 조합원의 참여가 출자금 제공 등에 머물러있었는데 조합원들이 보다 다양한 활동을 스스로 조직해서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이번 모임에서는 그런 활동의 아이디어가 오고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희년은행 조합원의 참여로 이뤄낸 놀라운 성과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정리해 본 워크숍의 방향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목적 : 청년 조합원들 스스로의 이야기를 이끌어 내고, 청년들이 직접 희년은행의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
목표
- 청년 조합원 전체가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기
- ‘희년은행’이 실무자 중심이 아닌 조합원 중심의 활동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기
- 청년 조합원이 중심이 되어 진행할 수 있는 실행 아이디어들이 논의되기
조건
- 운영시간 : 2시간
- 장소: 카페를 대여, 자유로운 자리 배치나 공간 변화는 가능하나 벽 등의 사용은 제한적
- 참여자 :  25-30명 사이 예상


워크숍을 기획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친밀감과 유대가 형성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10분 20분에도 할 수 있는 활동입니다만, 이를 실행하는 동력을 형성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연대가 중요한 활동에서 어느 정도의 유대감은 일이 실행되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2. 함께하는 활동이 시각적으로 확인되기 


- 이것은 모든 워크숍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참여자가 30명 정도가 되면 참여자의 경험과 지식수준을 어느 한 기준에 맞추기는 힘들어집니다. 때로는 아이들이나 노인 이라던지 혹은 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는 워크숍에서 해결하려는 문제를 소화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에 격차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힘들지만 우리가 논의하는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 있으며, 이후에 나는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가를 계속 확인할 수 있도록 시각화하는 도구를 사용하면 언어만으로 진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해의 격차, 소통한 내용이 축적되지 않고 날아가는 현상을 일부 방지 할 수 있습니다. 

- 이런 워크숍에서 포스트잇에 키워드 중심으로 논의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다만 단편적인 논의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외국에서도 이런 워크숍을 '포스트잇 워크숍'이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는 초기 아이디어 교환 정도의 워크숍에서는 포스트잇 활용은 효과적이고 사실 잘 활용하기만 하면 한계를 극복하며 활용도 가능합니다. 연구를 진행하며 시각화를 고려할 때는 연구자가 비연구자들에게 배포할 자료들을 참여자의 상황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00% 글로 된 자료보다는 연구 결과를 시각화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워크숍에서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이해를 도울 때 스토리나 이미지화를 시도합니다 


3. 아이디어에서 끝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 보기 


- 많은 워크숍들이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과정에 활용됩니다. 워크숍에 참여한 사람은 아이디어만 내고 실행은 남겨진 담당자들이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참여자들에게 적절한 수준에서 함께 해결해 보려는 의지 내지는 책임감을 선사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워크숍은 여기서 끝나지만 아이디어는 실행될 때 의미가 있다는 워크숍 이후의 시간에 대한 감각을 건드려 주는 활동을 넣어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이 2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서 충분히 친해지고, 논의하고, 함께 결과에 책임지는 과정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워크숍의 프로그램과 결과는 아래 이어지는 글을 확인해 주세요!


2편 조합원의 생각을 모으기 위한 워크숍 실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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