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현실이 보인다
나는 육아서를 거의 읽지 않았다. 뭐 육아서 뿐 아니고 사는게 바쁘다는 핑계로 과거에 책을 좋아하던 나는 없어지고 그냥 회사-집-가끔 술자리를 쳇바퀴 돌들 살던 나였다. 나는 특별히 교류하는 또래의 엄마가 있었던 건 아니기에 우리 라플랑을 수준이랄까, 다른 아이와의 차이점을 알지 못했다. 라플랑과의 비교대상, 참고대상은 오로지 딱 한명. 그런 바로 라플랑 엄마인 나였다.
나는 아이에게 다양한 배움을 주는 것이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물론 아이가 힘들어하지만 따라갈 수 있을 꺼라 믿었다. 마치 예전의 나처럼 말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배우는게 게 좋았다. 피아노 다니는 친구를 보면 피아노를 다니고 싶었고 무용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내가 다니고 싶다고 조르면 “피아노는 피아니스트 할 사람들만 다니는 거다”라며 실질적인 육아를 담당하던 친할머니가 단박에 거절을 하셨다. 내가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서운한 감정을 기억하며 ‘당연히 우리 아들도 과거의 나처럼 학원을 다니고 싶을 꺼야’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비록 지금은 많이 물러섰지만 "배우는 건 정말 값진 것"
돌이켜 생각하면 많이 배우지 못하셨고 사느라 팍팍한 부모님을 이해는 하면서도 한편으론 ‘우리 부모님은 왜 넓은 세상을 나에게 보여주지 못하셨을까’라는 아쉬움도 많았다. 이는 해외여행을 못해서 아쉽다고 이야기 하는 건 아니다. 난 어릴 때부터 책 보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아빠는 이런 나를 보며 좋으면서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라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워하셨다. 자꾸 서점에 가서 책을 사야하니 당시 그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거다. 그때 서점이 아니라 도서관에 나를 데려 갔어야 했는데... 왜 이런 큰 세상을 보여주지 못했는지 조금은 원망스럽고 아쉬움이 컸다. 이런 나의 결핍을 가지고 있기에 나는 아이에게 꼭 많은 걸 알려주는 엄마이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웃기다. 6,7살의 어수룩한 남자아이가 새로운 경험을 했다고 얼마나 느꼈을 것이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까. 가끔은 ‘아이의 사교육비를 나에게 썼으면 어땠을까’라고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본다. 저 영어 학원 비용으로 나를 위한 외국인 영어 회화 비용으로 사용을 하고, 차라리 내가 수영을 다녔으면 자유형은 마스터 했으리라... 그러면 가성비가 훨씬 좋았을 거라 느끼게 되었다.
이 모든 걸 깨닫게 된 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초등학교에 가니 유치원 때와는 다른 냉정한 피드백을 해주는 담임선생님과 학부형들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 아이의 초등학교는 비교적 교육열이 쎈 지역에 속한다. ‘우리 아들이 다양한 사교육으로 무장되고 민첩한 아이들 사이에서 조금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 정도는 아픈 만큼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믿었다.
1학년 반 아이들과 첫 축구대회를 나간 날이었다. 날씬한 라인의 하얀 피부를 가진 아들은 마치 유럽선수 같이 멋진 모습이었다(#나는도치맘). 그런데 벤치를 지키는 멤버였다. 에이스일 꺼라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 아 이래서 얘가 축구 갈 때마다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 했던 거구나... 그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지 못한 자책이 올라온다. 대부분은 벤치에서 신나게 수다를 떨며 앉아 있다가 가끔 경기에 투입이 되었다. 그런데 공을 전혀 쫓아가지 않는다. 공이 오면 피한다. 아들아! 이건 공을 피하는 피구가 아니라 축구라고! 미안하지만 그날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냥 나 스스로에게 부끄러웠다.
그날이후 서서히 학원을 끊기 시작했다. 아이는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만 남기도 모두 끊었다. 물론 그만두는 1순위는 축구였다. 그렇게 ‘아이와 내가 아주 많이 다름’을 알게 되고 인정을 하게 되었다. 가끔은 ‘이제는 내가 좀 단호해져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조금만 목소리 톤이 높아지면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이는 아들을 보며 속은 터지지만 참고 있다. 그럼에도 나의 욱하는 성격은 문제였다. 순간순간 올라오는 표현은 나의 관리대상이었다.
4학년인 지금은 아직도 이 문제는 나의 마음속에 미해결 과제이다. 물론 수학학원, 최근 겨우 다시 다니기 시작한 영어 이외에 몇가지 소소하게 사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가 다니고 싶다고 할 때 까지 꾹 참고 기다리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은 아이들이 사교육으로 선행이 되어있고 수업시간엔 굉장히 문제를 빨리 풀고 앉아있다. ㅠㅠ 독후감 같은 상 받은 아이에게 어떻게 했냐고 물어보면 학원에서 써서 제출했고 본인은 응시를 했는지도 모르는게 현실이다. (이번에 상당기간 온라인 수업을 지켜보니 이렇다)
그 적정한 선을 지키고자 오늘도 노오오오오력을 한다. 물론 매일이 전쟁이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매일 자기가 할 분량을 정리하고 스스로 해내는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싶지만 글쎄 잘 모르겠다. 그냥 현실의 초 4학년 남자애는 못한다고 생각하면 속이 편하다.
아이와 나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세상의 모습도 다르다.
우리 회사 다른 팀 팀장님의 딸은 자꾸 학원 보내달라고해 자기랑 너무 달라 당황스럽다고 말한다. ㅋㅋ
이건 위에 길게 썼으니 짧게 마무리!
사교육도 스타일이 다르다. 우리아이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내야만 한다.
라플랑은 강압적인 선생님을 싫어한다. 무언가를 지적하면 '혼난다'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지난 수영, 영어, 수학 선생님과는 맞지 않았다.
수영장은 크고 시끄럽다. 수영 코치 선생님들은 당연히 큰소리로 아이의 개선점을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아이가 느끼기엔 50분 내내 혼나다가 오는거다.
(이 역시 내가 혼자 생각한 것으로 실제와 다를 수 있음 주의) 그냥 내가 멋진 수영하는 아줌마가 되기로 결심한다.
엄마 친분에 의한 그룹 수업은 생각 또 생각해봐야한다.
이건 아이가 어릴 때 이야기다. 엄마들의 친분에 의해 그룹을 짜서 학원이든 공부방에 넣는 경우가 많고 나 역시 그랬다. 이건 내가 했던 정말 큰 실수다.
엄마의 친분보다는 비슷한 수준의 아이와 그룹이 되어야 함께 성장을 할 수 있다.
자기 아이는 정말 못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엄마가 있었다. 나는 바보같이 그 말을 믿었다.
그리고 그 아이와 수학 그룹을 짜서 보냈다. 세상에 그 아이는 이미 선행이 다 되어있었고 승부욕이 강한 아이였다.
몇개월을 우리 아이는 항상 두명 중 2등을 했다. 그런데 참 재밌다. 이 상황을 그 수학선생님은 나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아이와 대화끝에 알게 되었고 나는 그곳을 당장 그만두었다. 지금 생각해도 부르르한다.
그런데 호옥시 이걸 라플랑 엄마만의 시행착오라고 생각하는 분은 없으신지...
나의 깨달음을 이야기하면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교 엄마들이 놀란다.
어떻게 초 1때 깨달은거죠?
아이에게 미안하고 돈 낭비라고 아깝고 내 마음이 드는건 보통 중학교 이후 깨닫는다고 한다.
역시 우리집만의 문제는 아니었다고 하니 미안한 마음에 위한을 삼아본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우겨서 유일하게 다니는 미술학원에서 그린 작품을 공개한다!
타고나야만 하는 색감 쓰는 능력이 뛰어나지 않는가? #또도치맘
과거의 나라면 아이의 미술실력을 더 발전시켜주기위해 백방으로 정보를 찾았을꺼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두고 있다.
그림 좋아하는 어른 멋지자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