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기부여란 이렇게 무섭구나
라플랑의 학년이 올라가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 바로 '카카오톡'이다.
정확하게는 카카오톡이라기보다는 친구와의 소통이다.
4학년이 되면서 반톡이 생기니 아빠 생일 케이크 사진도 올리고, 시시덕거리고 있다.
(나의 카톡 생활도 제삼자가 보면 이렇게 보이겠지? ㅎㅎ)
성인의 SNS 생활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무언가를 올렸는데 반응이 없으면 서운해하고, 누군가 답변을 해주면 그걸 또 그렇게 좋아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때에는 친구들이 좋아할 사진, 읽씹 될 사진도 구분할 수 있는 나름의 기준이 생기는 것 같다.
아! 그리고 SNS와 닮은 또 하나!
초기엔 엄청나게 타오르더니 한 학기가 지나는 요즘은 좀 뜸해진다는 것.
불붙었다가 식는 어른들의 오픈 채팅방이나 SNS 생활과 참 비슷하다.
반톡에 한참 불타던 어느 날 라플랑이 혼잣말을 한다.
"나도 카카오톡 이모티콘 가지고 싶어"
그런 말을 내가 놓칠리 없다.
"그럼 책 몇 권 정해서 읽고 이모티콘을 사면 어때?"
"정말? 몇 권?"
"응? 20권으로 할까?"
사실 라플랑은 책 보다 스마트폰이 가까운 아이이다.
(마음은 아프지만 대부분의 초4 남아는 그럴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렇게 생각이라도 해야 내 맘이 편하다)
20권을 완독까지 열흘은 걸리지 않을까 짐작했다.
세상에나... 이때의 모습만 본다면 '독서가 제일 재미있었어요'라며 방송 출연을 해도 될 정도였다.
학원 숙제를 마치고도 독서
잠들기 전에도 독서
학원 가기 전 틈새시간에도 독서
외출 나갈 때도 책 한 권 챙기는 것을 잊지 않는다.
책을 읽는다는 것을 기록으로 남겨야 엄마가 알 수 있으니 자발적으로 독서표를 만들어 동그라미까지 치고 있다.
오... 이거 말로만 듣던 자기 주도 학습 아닌가!
뿐만 아니라 만화책만 읽으면 한소리 들을 것 같으니 소설책 등등 아주 다양하게 섞고 읽고 있다.
세상에... 너 카카오톡 이모티콘에 진심이었구나.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3000원 정도이다.
아 부가세까지 3300원인가! 여하튼.
사실 라플랑에게 제공하는 의식주와 교육비에 비하면 크지 않은 금액이다.
그런데 이것만큼은 무상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40대 엄마가 느끼기에 이모티콘은 필수재가 아니니까.
여하튼 라플랑은 약 5일 만에 소리 나는 이모티콘을 겟했다.
세상에서 그렇게 행복한 표정은 또 처음 보는 기분이다.
역시나 애나 어른이나 본인이 진짜 원하는 목표가 있어야 움직인다.
그래야 싫은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아이를 보며 깨닫는다.
보상이라는 게 꼭 비쌀 필요가 없다.
누군가 보기에 가치가 없어도, 저렴해도 상관없다.
내가 진짜 원하는 그것이면 되는 거였다.
그동안의 나의 육아와 학습의 패턴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좋은 루틴을 쌓을 수 없어 고민하던 나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에겐 결핍이 없고 너무나 풍요로웠다.
진짜 부자여서가 아니라 소비의 패턴이 풍요로운 거다.
조금 필요하면 결제하고, 가지고 싶으면 소비로 연결되던 삶.
11살 라플랑을 보며 한 번 더 배운다.
갑자기 겨울이 된 이번 주에 꼭 어울릴 아이템인 절개 스커트가 사고 싶어 쇼핑몰 검색을 하다가 중단한다.
'10월 내내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올라가면 그때 사볼까'
덧.
"엄마, 00가 나랑 똑같은 이모티콘 샀어. 너무 싫어 ㅠㅠ"
유니크한 무언가를 소장하고 싶은 건 애나 어른이나 같은가 보다.
"그럼 이번에도 또 읽고 사면 어때?"
대답조차 없다 ㅠㅠ
이번 일을 계기로 책의 재미를 깨닫고, 성취의 즐거움을 알게 된 라플랑이 좀 더 자기 주도적이고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거듭나기를 바랐는데... 역시 나는 아직 멀었다.
내려놓기엔 아직 멀었다는 걸 한번 더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