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고 싶은 아들 VS 참으며 인정받고 싶은 엄마
라플랑이 항상 다리 아프다는 말을 흘려 들었으나, 부주상골증후군이라는 증상을 스스로 발견한 것을 보고 이제 라플랑의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이제 그아이는 아기가 아니고 본인 아픈 것, 불편한 것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다는 인정이기도 하다.
라플랑에게 필요없는 뼈가 있다고?(관련 에피소드 링크)
이번에는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이 아프다고 한다.
할머니가 누워있는 본인의 손가락을 살짝 밟았다고...
안다 할머니는 절대 밟지 않았고 혹 밟을뻔 하다가 발을 돌리셨을꺼다.
그래도 과거의 사례도 있고 혹시 모르니 또다른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양쪽 손의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당연히 이상이 없다.
그런데 아프다고 하니 타박상일 수 있어서 붕대를 감는 처치를 해주신다.
과잉진료 같기도 하지만 이런 밴드를 감으니 어딘지 아픈 느낌도 나는 것 같다.
손가락을 최대한 쓰지 말아야하니 꼭 필요한 학교말고 다른 운동이나 미술은 다니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며칠뒤에 다시와서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한다.
음... 모르겠다.
꼭 다시 와야하는지.
아이는 학교와 학원 갈 때마다 열심히 감아달라고 한다.
"어머 라플랑 손 다졌어? 왜?"
"너무 아프겠다"
"병원에서는 뭐래?"
라플랑은 친구들에게 이런 반응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수업에서도 열심히 손을 들어서 노출을 했다.
그런데 4명쯤이 손 다친 것을 알아봐 주었다고 한다.
참 재미있는 한 가지!
알아봐준 아이들의 이름을 듣자하니 평소 수업태도가 좋지 않고 조금 산만한 축에 드는 아이들이었다.
산만함은 혹시 관찰력이 뛰어나고 정이 많은 아이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생각보다 애들이 관심 없어서 실망했어?
응
너무 꼰대같지만 한마디 더 붙여준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없나봐"
"반창고가 너무 감쪽 같아서 안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알면서 쑥쓰러워서 이야기를 못했을 수도 있잖아"
"어제랑 똑같은 옷 입고 출근해도 사람들이 모르더라고"
그 후로도 한동안 외출 할 때만 반창고를 둘둘감고 나가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그 병원 재방문은 하지 않았다.
(정말 꾹 참고) 아프면 한번더 가자고 했더니 아프긴한데 뼈에 이상이 없으니 가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라플랑은 아픈 걸 보여주며 친구들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했던 것 같다.
문득 나의 과거가 생각난다.
나는 그동안 아픈걸 숨기며 긴시간 조직에서 인정 받고 싶어 했다.
특별히 팀장이 되고 싶다거나 조직의 끝까지 올라가고 싶었던건 아닌데 인정 받고 싶었다.
일이 터져나갈 듯이 많아도 내가 하고 싶다고 손을 들었고 꽤 자주 있던 회식 장소에서도 꽤 열심히 활동(?)을 했다.
몸이 아파도 마음이 아파도 씩씩하고 일 잘하는 과장님의 가면을 쓰고 견뎠다.
그런데 역시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다.
잘한다고 대단하다고 했지만 항상 어딘가 부족했던 모양이다.
간혹 라플랑 반의 산만한 친구들처럼 종종 알아봐주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때는 내가 생각해도 핑계가 많았다.
공채 입사가 아니라서, 계열사 입사자라서, 온라인쪽 업무라서,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해서, 그리도 여자라서, 아이엄마라서 ... 그때는 꽤 진지한 고민들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그만큼 내가 성장했기 때문일꺼다.
사람들은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꽤 나이가 먹고 많이 아픈 뒤에 깨달았다.
이 반창고 에피소드로 라플랑이 조금은 깨닫고 좀 더 누군가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 굉장히 누군가의 시선에서 많이 자유로워졌다.
(물론 과거 애증의 조직원들에게는 아직 쿨하지 못하지만)
자유로워지니 편하고 조금 더 행복하다.
아니다 싶은건 예의 바르게 건의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
꼭 라플랑이 이걸 알면 좋겠다.
TMI
라플랑의 저 엄살이 나와 좀 닮은 것 같다.
허리 통증을 겪으면 필연적으로 손바닥과 손목이 아프다.
짚고 일어설때 굉장한 힘을 주어야 하기 때문.
그걸 또 한의원 가서 얘기하고 붕대로 일주일간 감고 다닌 라플랑 엄마!
너는 내 운명인듯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