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디스크 그리고 아이의 부주상골증후군
우리집 라플랑무쉐는 어릴때부터 유독 걷는걸 싫어했다.
유모차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많은 시간을 아기띠로 업거나 앉거나 하며 외출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옛날 사진을 보고 있으면 대부분 아기띠를 하고 있는 모습이 많다.
아장아장 걸을 때쯤 제주도 여행을 갔다가 온종일 남편과 번갈아가며 안고다니다 지쳐 돌아온 숙소에선 굉장히 예민해져 다시는 여행을 오지 말자는 말까지 했었다.
정확히는 많이 걸어야 하는 여행지는 오지말자고.
이제 안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애가 커지니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직립보행을 스스로 하고 있다.
그런데...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고 한다.
나의 대답은 일관적이었다.
"엄마도 다리 아파, 그런데 참고 걷는거야"
정말이다.
라플랑이 다리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나도 이미 다리가 아프던 중이었다!
어릴 때부터 많이 안 걸어서 그런가...
유난히 팔다리가 가늘고 긴편이라 그런가...
아니면 외동으로 키워서 엄살이 심한가.
(↑ 이 멘트는 외동이라면 대부분의 사람이 잘 쓰는 말이다 ㅋㅋ)
그렇게 4학년쯤이 되고보니 다리를 조금씩 절뚝거리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더 자주 발목이 아프다고 한다.
나는 이제 아이말에 귀 기울이는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으니 정형외과에 가보자고 했다.
또다시 칼퇴근을 하고 날아가듯 집근처 정형외과에서 아들과 만난다.
이상이 없댄다.
저 또래에 많이 생기는 성장통이자 아이들에 따라 엄살이 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너무 쏘쿨한 의사님, 맞아 성장통이고 엄살 맞았어. 내 예상이 딱 맞았어.
그리고 며칠 뒤 라플랑이 유튜브를 보여준다.
"엄마 이 영상 좀 봐봐, 나랑 똑같은 증상이 있어"
유튜브의 내용은 우리 몸에 필요 없는 뼈가 있는 일부의 사람들이 있고, 어떤 뼈가 어느 부위에 있는지 어떤 통증을 주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발목 안쪽에 뼈가 튀어나오는 열명 중 한명꼴로 나타난다는 "부주상골증후군"으로 보였다.
어릴때는 모르다가 성장기에 활동을 많이 하면서 알게되는 경우가 많다고했다.
아이의 양쪽 발목을 보니 이곳이 툭 튀어나와 있는게 아닌가!
누를때마다 아프다고 한다. ㅠㅠ
나는 무지외반증까지는 아니지만 왼쪽 엄지발가락 아래가 조금 튀어나와 있다.
그래서 꽉 끼는 구두를 신거나 많이 걷고나면 그 곳이 얼마나 아프고 가끔은 간지러운지 잘 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뼈가 튀어나오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고 안아프다면 도려내고 싶은 심정 말이다.
지금은 아줌마가 되어 괜찮지만 한창 멋지게 다니던 그때는 그 부위 때매 많이 괴로웠다.
"라플랑 이거 언제부터 이랬어"
"애기때부터"
"근데 왜 말안했어"
"원래 다 그런건지 알았는데? 엄마 그럼 나는 열명중에 한명이니까 특별한거야?"
우문현답이다.
성장통이라던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분명히 엄살이라고 했는데 또 온 우리를 보며 싫어하는 느낌이 든다.
"부주상골증후군 같아요. 왜 지난번 진료에서 발견을 못했을까요?"
오마이갓
지난번엔 발은 엑스레이를 안 찍었댄다.
허벅지랑 종아리 그리고 무릎만 찍었다고...
그리고 부주상골증후군 맞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일자로 걸어다니라고 한다.
휴....
그냥 엄마아빠가 의학 지식이 부족해서 미안하다 아들
그렇게 한약도 먹고 정형외과에서 배운대로 일자로 걸으라고 알려주며 지내던 어느 날.
종종 연락하던 사람의 몸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알렉산더테크닉'을 공부하는 포이지니님이 떠올랐다.
아이일 앞에선 철면피가 되어 연락했더니 아이와 한번 오라고 한다.
라플랑은 온 발바닥을 땅에 닿고 아래처럼 사진처럼 걷고 있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발바닥의 아치 부분이 전혀 없는 것.
저렇게 걸으니 발목이 몇 배로 더 아프고 점점 팔자걸음처럼 걷게 된다고 했다.
달리기를 잘 못하던 것도,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고 한 것도 모든 것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아래 사진처럼 이렇게 발의 바깥부분에 힘을 주고 걸어야 한다고 한다.
이래야 덜 아프고 아치가 형성되어서 충격 흡수를 줄여준다고 한다.
(사진을 보고 특별히 배울 것도 없다. 그냥 우리는 저렇게 걷고 있다)
아이가 많이 아팠을꺼라는 말도 보태주신다. 힝...
그냥 일자로 걸으라는 그런 표현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아이가 어떻게 걸어야 할지 알려주신다.
이걸 이제야 알았다니...
엄마도 발 아픈데 참고 있다고 말했던 내 입을 꼬매고 싶어진다.
첫번째 레슨을 마치고 근처 커피숍에 왔더니 라플랑이 저렇게 바르게 앉아있어서 깜놀
물론 저날만 그러고 저 모습은 다시 볼 수 없다.
걷는 방법도 알려줘야 했다니
백번 부모의 잘못이다.
내가 아이를 주의 깊게 보지 못했고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 일 것이다.
또 잘 모른다면 아이의 말을 무시하고 않고 진정성 있게 들어주어야 했다.
그 후 지인분의 알렉산더테크닉 스튜디오를 아주 가끔씩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다.
첫만남에 알려준 것들 이외에 발을 딛을 때 뒷꿈치부터 닿고 발가락 부분을 마지막으로 부드럽게 떼는 부분이라든지 이런 올바른 걷기 방법에 대해 배우는 중이다.
수학과 영어같은 학문을 알려주지 못해서 안달을 했는데 결국 사는데 정말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반성이든다.
물론 억울한 마음은 든다.
나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걷는 방법까지 알려줘야할지는 몰랐다.
게다가 이런 증상이 존재한다는 걸 알지도 못했다.
이젠 또 뭘 알려 주어야하는데 내가 놓치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리고 라플랑에게 그 영상을 보내준 유튜브 알고리즘에게 감사한다.
이걸 모른채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리고 라플랑이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 때에는 무조건 집중하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