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다양한 독서 방법과 기대효과(효능)
유대인은 약 1,500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다. 1901년부터 2021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943명 중 유대인이 210명으로 22%를 차지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42%가 유대인이다. 고로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살펴보면, 유대인이 참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경제학자 앨빈 토플러, 화가 파블로 피카소, 배우 찰리 채플린,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등이다. 심지어 스타벅스, 인텔,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수도 없이 많은 세계적 기업이 모두 유대인 소유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떻게 그들은 이렇게 위대한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떤 사람은 그들이 머리가 좋아서 그렇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토마스 폴켄 박사가 발행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유대인들의 나라인 이스라엘의 IQ는 세계 45위로 평균 94 정도라고 한다. 반면 대한민국은 IQ가 평균 106으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역시나 시험에만 유독 강한 한국의 모습을 IQ만으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참고로 IQ는 지능지수를 평가하는 것이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력을 평가한 게 아니다. 따지고 보면 학습 방법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도 한국인이 유대인보다 훨씬 많고, 부모의 교육열도 한국인이 더 높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공부 방법에서 결과에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인은 듣고, 외우고, 시험 보고, 시험이 끝나면 깨끗하게 모든 걸 리셋하는 교육이라면, 유대인은 질문하고, 대화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는 교육이라 볼 수 있다. 쉽게 말해, 한국인의 교육은 빨리 결과를 내는 주입식 교육이고, 유대인의 교육은 언제 어디서든 열린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이어가면서 아이가 스스로 지혜를 얻고 사유하도록 만드는 하브루타식 교육이다.
독서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시험에 나올만한 중요한 내용을 뽑아내서 완벽히 외우고 정답을 맞히도록 ‘what’에 초점을 두는 독서다. 반면 유대인은 책을 읽는 목적이 지식과 견해를 갖추어 탈무드식 논쟁을 하기 위해서다. 실제 지식이 조금 부족한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부터 부모와 책을 읽고 사소한 주제라도 대화를 통해 묻고 답하는 생활을 체화한다. 유대인의 식사시간은 토론의 장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유대인은 저녁 식사에는 다른 사람을 초대하지 않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시간은 아버지가 자녀와 토론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 중심적 사고를 하는 한국인은 이런 토론과 논쟁을 통한 공부가 어색할 것이다. 유대인의 방법은 ‘why’에 더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하브루타는 사실 독서 기반의 학습법이라 볼 수 있다. 자신이 가진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해진 정답도 없다. 끊임없이 책의 주제를 비판하고 다르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하브루타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독서 방법이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관점으로 다양하고 폭넓은 의식 확장을 토대로 한 토론이 가장 중요하다. 무조건 옳은 정답을 찾고, 그것이 왜 정답인지 이해시키고 받아들이게 하지 않는다. 세상에 발생하는 문제나 이슈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선택하고, 자기 입장을 분명히 밝히게 한다. 대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반론을 철저히 하도록 한다. 그리고 다시 서로의 역할을 바꿔 새로운 입장에서 주장과 근거를 펼치며 반론의 반론을 계속 반복한다.
토론할 때는 매우 치열하고 비판적이지만, 토론이 끝날 때 승패를 가리지 않는다. 내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이 교차하며 성장하는 과정 중심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하브루타 창의력 수업》에서는 하브루타를 토론 방식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설명하기에 어떤 능력을 기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1. 하브루타는 승패를 가르는 찬반 토론이 아니다.
2. 주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읽은 책 내용에 대해 서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행하고자 하는 주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토론에 집중할 수 없다.
3. 질문 후 대답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준다.
4. 하브루타의 목적을 설명해준다. 하브루타는 정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질문과 대답을 통해서 해답을 찾아가는 것임을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5. 파트너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경청하여 신뢰감을 준다.
6. 서로의 질문과 대답에 대해 반대 의견을 수용할 수 있게 한다. 하브루타는 질문과 논쟁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7. 논쟁은 하되 상대를 비난하거나 공격은 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8. 마무리 시간에 질문과 대답에 대해 칭찬해 자신감을 가지게 한다.
문해력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확증편향’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폐쇄적인 사고에 빠지면,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이 생길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확증편향’이라고 불리는 심리다.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심리로써,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심리다. 하지만 하브루타식 독서를 하면 폐쇄적인 사고를 뿌리치고 확장적인 사고를 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내가 호주에서 대학원 수업을 들을 때 재미있는 현상을 관찰했다. 물론 개인 성향 차이도 있겠지만, 각 국가 학생마다 질문하는 방식이나 횟수 등이 다르다는 걸 알아챘다. 영어권 국가나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 편하게 물어보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아시아에서 온 학생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돌려서 질문하거나 그 질문 횟수도 많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이 정답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교수님의 질문에 답을 잘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다양한 개인의 의견을 중시하는 사고가 아닌 정답을 찾고자 하는 사고방식을 가졌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교사로서 근무하면서도 여전히 학생들로부터 그런 태도를 발견한다. 행여나 자신이 질문하는 게 엉뚱하거나 틀리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마음에 질문을 잘 안 한다. 혹은 교사의 질문에도 틀릴까 두려워 답변을 꺼린다. 때론 질문하는 학생도 있지만, 충분히 자신이 생각해보지 않고,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공부할 때 좋은 질문은 자신이 충분히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을 때, 혹은 다른 관점이 있지는 않을까 궁금할 때 등 깊은 고민의 시간을 한 후에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what’에 초점을 둔 질문이 아니라 ‘why’에 집중하는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확증편향이 무슨 뜻인가요?’라고 질문하는 것보다는 ‘확증편향은 왜 생기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확증편향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검색만으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후자의 질문은 한 가지 정답으로 끝나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질문이 된다.
우리가 책을 읽으며 ‘what’에 해당하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것은 원초적인 방법이다. 계속 그 방법으로 책을 읽는다면 그 단계에 머물러 더는 발전할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유대인의 하브루타와 같이 ‘why’를 질문하는 독서는 우리의 사고력을 확장하게 하고 무한한 발전을 이루도록 돕는다. 미래 인재로서 갖추어야 할 능력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곧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베테랑 사회학자 오사와 마사치는 《책의 힘》에서 생각하는 책 읽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생각한다는 것의 최종산물은 언어이기 때문에 그것을 언어화하지 않으면 자신이 느낀 감정이 그 순간 그대로 사라져 버린다.” 여기서 ‘언어화’를 ‘질문’으로 바꾼다면 곧 생각하는 책 읽기가 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질문 독서법을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