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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날려버린 1급 정교사 연수

2. 나도 이제 1급 정교사랍니다

by 신영환

사람은 시대를 잘 타고나야 한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요? 저는 그 말을 어느 정도 믿습니다. 물론 그게 운명이라는 생각도 하고요. 제가 기간제 교사로 근무할 때는 3년이 지나도 1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2019년부터 기간제 교사라도 3년 이상 교직 경력이 있으면 정교사 1급 자격을 취득할 수 있게 변경되었답니다.


물론 그렇다고 바로 정교사로 임용이 되는 건 아니에요. 당연히 임용고사나 이에 준하는 시험을 비롯해 절차를 모두 통과해야만 하지요. 그래도 월급에서 1호봉이 올라가니까 경제적인 혜택이 분명히 있고, 보직교사(부장 교사) 혹은 다른 교육청 관련 활동 지원할 때도 자격 요건을 갖출 수 있게 되지요. 지원 상황마다 다르니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을게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정교사로 임용되었을 때 5년 차 교사였어요. 만으로는 3년 반 정도의 경력을 갖추고 있었고요. 그러니 당연히 1급 정교사 연수에 가야 했지요. 기대감에 부풀어서 어서 교무부에서 연락을 주기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4월이 거의 끝나 가는데도 연락이 없길래 이상해서 공문을 찾아보았죠.


이럴 수가 1급 정교사 신청 기간이 끝난 겁니다.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바로 교무부로 가서 교무부장님께 어떻게 된 일인지 문의했어요. 그랬더니 대상자가 없는 것 같아서 해당 없음으로 처리했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래서 말씀드렸죠. 제가 다른 학교 경력이 있어서 이번에 가는 거였다고요.


머쓱해하시면서 바로 교육청에 문의해보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미 기간이 지나서 안된다는 거였어요. 결격사유가 없는데도 말이죠. 정말 억울해서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봤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시 해결책은 없을까 백방으로 찾아봤죠. 하지만 결론은 바꿀 수 없는 결과라는 거였지요.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다양한 사연의 글을 읽으면서 어마 무시한 일도 벌어진다는 걸 알았어요. 공립학교에서 이런 일이 있었는데, 민사소송을 걸어서 배상책임을 물었다고 해요. 당연히 경제적으로 최소 100만 원 조금 넘게 손해가 난다고 해요. 1호봉 누락한 채로 1년 정도 계산하면 그렇게 되거든요. 또한 교육청이나 공공기관 활동할 때 정교사 1급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활동이 있는데 자격 상실에 대한 피해보상도 요청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하루 종일 고민에 빠졌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권리이자 혜택인데 사소한 업무 과실로 인해 이렇게 피해를 봐야 하나 억울했거든요. 그렇다고 소송을 넣는다는 건 또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요. 공립학교에서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갈 수 있으니 다시 얼굴 안 보고 생활할 수 있겠지만, 저는 사립학교에 근무하니까 평생 봐야 할 사람들이거든요.


선택의 기로에 놓였지만, 답은 정해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부서에 일할 때라 고충을 부장님께 토로했더니 본인도 과거에 고3 담임이어서 해당 연도에 연수를 받지 못하고, 1년 늦게 정교사 연수에 가게 되었다고 말하더군요. 오히려 우겨서 연수에 간 사람은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고 하고요. 위로의 말로 다른 사례를 들어가며 해주신 말씀이었지만, 저는 제 상황은 단순 업무 과실이니 그렇게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간절히 바란 건 아니지만 업무 과실에 대한 사과도 받지 못하고, 어영부영 사건이 그렇게 일단락되었지요. 담당했던 선생님도, 교무 부장님도, 교감, 교장 선생님도 모두 자기 일이 아니니 별로 관심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서운해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렇게 저는 넘겨야만 했습니다.


대신에 신규로 새로 들어오신 선생님들한테는 저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항상 미리 알려줬습니다. 꼭 3년이 지나면 정교사 1급 연수를 놓치지 않도록 3월부터 공문 확인하고, 교무부에 이야기해서 갈 수 있도록 하라고 말이죠. 제 말을 귀담아들은 선생님은 다행히 잘 챙겨서 갔고, 그냥 흘려 들었던 선생님은 부랴부랴 나중에 챙기려 했지만 또 놓치고 말았답니다.


그래서 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나와 관련된 권리나 혜택은 스스로 챙길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이 글을 읽고 있는 신규 선생님들도 1급 정교사 연수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책임은 그 누구도 대신 질 수 없기 때문이에요. 소송해서 보상은 받을 수 있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받을 상처는 이루 말하지 못할 수준일 거라 생각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스스로의 권리는 미리 알아서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저는 비록 1년 늦게 1급 정교사 연수에 가게 되었지만, 그곳에서 마음이 맞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이좋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게 되었고, 지금은 100만 원보다 더 값진 사람을 얻은 것 같아 전화위복 상황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만일 제 때 1급 정교사 연수를 갔다면, 이 선생님들을 만날 기회는 없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이왕 바꿀 수 없는 상황이라면 빨리 현실 직시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게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가끔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쩌겠어요 바꿀 수 없는 일인 걸요. 차라리 마음 비우고, 현실을 인정하고, 다른 일로 행복을 찾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정리해보면 값비싼 레슨이었지만, 나의 일은 내가 먼저 스스로 챙겨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게 더 값진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합리화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정신 건강에 좋다면 그렇게라도 해야죠. 돈으로 바꿀 수 없는 인연을 얻은 것도 좋은 점이니 저는 앞으로는 과거를 떠올리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가장 좋은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보다 미리 수리하는 게 더 좋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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