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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관심 분야를 찾기 시작하세요

2. 나도 이제 1급 정교사랍니다

by 신영환

스포츠 세계에서는 새로 들어온 선수를 ‘루키’라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신규교사들이 ‘루키’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3년이 지나면 이제 루키라고 부를 수가 없네요. 1급 정교사 연수까지 받았으니 이제는 전문성을 지닌 경력 교사로 넘어가는 시기가 되었으니까요. 물론 아직은 내가 신임교사인 것 같기도 하고, 벗어난 것 같기도 하고 어정쩡한 포지셔닝을 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이번 꼭지에서는 진지하게 자신의 학교 생활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교사은 현재로서 만 62세가 되면 퇴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추후에는 더 정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죠. 어쨌든 중요한 건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시작 즉 첫 단추를 잘 꿰도록 노력해야 해요. 처음에 어떻게 각도를 설정하느냐에 따라 20~30년 후의 우리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처음에는 교사의 꿈을 꾸면서 임용 시험에 목숨을 걸었을 겁니다. 그리고 지난 3년 간은 교사로서 학교에 적응하고 내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슬슬 찾기 시작할 때입니다. 왜냐고요? 교사가 된 것으로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따라 교사도 변화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서에요.


무엇보다 교사로서 자신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학창 시절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했던 것처럼, 교사로서 다시 태어났으니 또다시 진로 고민을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 누군가는 굳이 쓸데없이 그런 생각을 하냐고 할 수도 있어요. 주어진 일하고, 아이들과 소통하고, 수업하고 그것이면 충분하지 무엇을 더 하려고 하냐고 말할 수도 있죠.


그것도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해야 할 일을 충분히 책임감 있게 해내는 건 당연한 것이고,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교사가 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한 설계를 했으면 좋겠어요.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신이 하나의 전문성을 기르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교사라는 삶과 더불어 개인의 삶을 펼쳐볼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일과 후에는 푹 쉬고 싶거나, 방학 때도 푹 쉬고 싶은 욕구가 더 큰 사람이라면 굳이 전문성을 기르는 게 힘들고 괴로운 일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성향에 맞는 선택을 하라고 말씀드립니다. 그래도 교사로서 갖춰야 할 역량 중 적어도 하나라도 전문성을 갖추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수업, 학급 운영, 상담, 업무, 입시 역량 등 교사로서 필요한 역량은 다양하기 때문이죠.


더 많은 예가 있겠지만, 이중에 하나라도 자신이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 아직은 서투른 일을 할 때 시간 확보가 되니까 분명히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어요. 그리고 내가 갖춘 역량을 바탕으로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도움을 받은 사람은 내가 갖추지 못한 역량을 활용해서 역으로 도와줄 수도 있지요. 꼭 도움을 받기 위해서 하라는 건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동기부여는 되었다고 생각하고, 무엇을 구체적으로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수업, 학급 운영, 상담, 업무, 입시’ 등의 역량은 교사로서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차근차근 하나씩 역량을 키우고, 안정화가 되면 그중에 가장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거나, 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하여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지요. 물론 고루 전문성을 키워서 코어를 단단하게 가져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가장 고민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만족하는 수업을 할 수 있을까였어요. 그래서 초반에는 수업에 가장 힘을 기울였던 것 같아요. 다른 꼭지에서 말했던 것 거처럼, 저도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으니 어느새 안정화가 되더라고요.


두 번째로는 담임으로서 학급 운영 부분에 신경 쓰기 시작했어요. 적어도 내가 맡은 아이들이 만족하는 학교 생활이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최선을 다해서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죠. 당연히 이것도 첫 담임을 맡았던 해에는 서툴러서 100% 만족할 수 없었어요. 다행히도 주변에 좋은 선생님들이 많이 계셔서 이것저것 학급 운영 아이템을 알려주셔서 점점 나아질 수 있었죠.


무엇보다 저는 민주적으로 학급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적절하게 통제하면서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모아서 자주적으로 운영하도록 두었어요. 최소한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만족과 후회도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했죠. 물론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선에서 제가 이끌기도 했지만요. 그리고 아이들 성향에 따라 학급 운영 방식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걸 여러 해를 거치면서 알아갔던 것 같아요.


수업이나 학급 운영은 그래도 나름 시간이 해결해주는 부분인 것 같았어요. 하지만 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언제나 부담이 되는 건 두 가지였지요. 첫 번째는 입시 상담, 두 번째는 출제 관련이었어요. 아무래도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입시가 걸려있다 보니 대학 입시 정보를 꿰뚫지 못하면 학생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해요. 그리고 시험 문제에서 오류를 범하면 아이들의 불신을 맛보게 될 거예요. 어쩌다 재시험이라도 한 번 보게 되면 다음에도 그 여파가 이어지기도 하더라고요.


특히 저는 특목고에 근무하다 보니 이 부분이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성적이 민감한 아이들이 모여서 더욱 그랬던 것 같고요. 학교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 민감한 부분은 맞습니다. 그래서 이 두 분야에 전문성을 갖기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지요.


우선 대학입시, 진학, 진로에 관해서는 고3 담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깊게 연구할 수 있었어요. 다행히 마음에 맞는 선생님들과 소모임처럼 모여서 정보 분석을 통해 지식을 쌓을 수 있어요. 특히 졸업생 사례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연구한 부분이 큰 도움이 되었답니다.


출제는 다른 선생님들보다 더 많은 문제를 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고, 그 덕분에 관심이 생겨서 외부에서 공식으로 출제하는 기관에 지원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통과되지 않았지만, 연차가 쌓이고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서 경력이 생기니 저에게도 기회가 오더라고요.


EBS 연계 교재 사전 검토를 시작으로 교육청 전국연합평가 출제 및 검토를 할 기회가 되었고, 실제 그 경험을 통해 전문성이 크게 신장되었어요. 나아가 공무원 시험 등 다른 시험 출제 위원으로도 위촉되어 활동할 수 있었고요. 비록 학교에서 허락받지 못해서 검정고시 출제나 수능 출제할 기회는 있었지만 참여하지 못했지요. 그래도 출제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활동하는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이렇게 전문성 함양과 더불어 기회는 더 많이 생기더라고요. 영어 교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우연한 기회였지만, 혼공 스쿨 모임에 참여해서 첫 영어 교재를 개발하게 되었답니다. 그때 그 일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 갖고 전문성을 키우려 노력한 덕분에 이제는 제가 가진 전문성을 바탕으로 작가로서의 삶도 살아가게 되었지요.


만일 신규교사를 벗어나면서 안정적으로 학교에서 생활하며 그냥 해야 할 일만 처리하고 편하게 살았다면 과연 지금의 내가 있었을까 의문이 들어요. 부족했지만 항상 변화에 적응하고, 성장하고자 노력했기에 교사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인생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년 차가 지난 선생님들께 적극 제안하고 싶습니다. 조금씩이라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경험하고,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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