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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환 Sep 04. 2024

악몽(1)

악몽을 꿨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계속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겨우 ‘억-’ 소리를 내며 깼다. 주변은 이내 고요했다. 숨을 고르고 눈을 비볐다. 실눈을 떴다. 진득한 눈곱 사이로 희미한 노란빛이 보였다. 가로등 불빛인지 달빛인지 구분이 안 되었다.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빛을 가렸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다. 그새 빛에 적응된 눈은 아무 기능도 할 수 없었다. 머리맡에 있는 안경을 더듬었다. 안경을 쓰니 조금씩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노란빛이 창으로 새어 들어왔다. 시커먼 그림자는 검은 구름이었다. 그리고 분명한 달빛이었다. 검은 구름은 다시 달빛을 가렸다. 긴 시곗바늘이 12를, 짧은 시곗바늘은 숫자 4를 가리키고 있었다.      


꿈에서 나는 운전하고 있었다. 주말에 가족과 어딘가 놀러 가는 길이었다.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왔다. 비가 억수로 내리기 시작했다. 금세 어두워진 하늘은 검은 세상을 만들었다. 도로 질서를 지키는 하얀 차선이 보이지 않았다. 와이퍼를 아무리 강하게 틀어도 소용이 없었다. 비가 세차게 오는 어두운 날은 항상 그랬다. 빗길에 미끄러져 큰 사고가 날 것만 같았다. 그러면 언제든 저승사자가 잡아가도 모를 일이었다. 평소에 생각지 않았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살아나곤 했다.      


비가 오고 나서 다시 해가 뜬다. 땅도 마른다. 소낙비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금방 해님이 게 인사했다. 땅은 여전히 빗물로 적셔져 있었다. 다행히도 도로 위 하얀 선이 보였다. 그제야 안심했다. 혹시 몰라 오른쪽 가장자리 차선으로 천천히 달렸다. 빗길은 미끄러우니까. 찰나에 참새 한 마리가 방음벽을 넘어 도로로 날아들었다.      


‘퍽-’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도로 위에 먹을 게 있었는지 참새는 차가 달려오는 데도 살포시 날아올라 도로에 착지했다. 브레이크를 무척이나 세게 밟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바퀴가 굴러가는 딱 그 위치에 있었으니까. 서서히 차를 멈추며 거울을 통해 도로 위에 쓰러진 참새를 살폈다. 날개가 반쯤 접힌 채로 퍼덕이고 있었다. 그리곤 움직임이 없었다.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고, 나는 곧 정신을 잃는 느낌이 들었다. 고개를 핸들에 박은 순간 갑자기 화면이 바뀌었다. 돌과 모래가 가득한 차가운 땅바닥에 나는 누워있었다. 계속 숨은 쉬어지지 않았고, 눈을 뜰 수 없었다.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몇몇은 내 팔을 주무르고, 다리도 주물렀다. 그때 누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입을 막아야 해! 이거 과호흡이야!”     


그리곤 바로 거칠한 두 손이 내 입을 틀어막았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다. 숨을 천천히 쉬어 보라는 말이 들렸다. 숨이 막힐 것만 같은 공포를 이겨내야 했다. 진심으로 나를 살리려 하는 느낌이 들었다. 숨을 천천히 쉬었다. 심호흡했다. 점점 호흡이 돌아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화면이 바뀌었다. 마치 인셉션 영화처럼... 꿈에서 다른 꿈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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