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리리- 띠리리리-’ 알람 소리였다. 악몽으로 잠을 설쳤더니 찌뿌둥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 환절기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제 아침 해가 점점 늦게 뜨기 시작한다. 여름에는 새벽부터 해가 밝았다. 알람 소리를 듣기 전에 매일 깼다. 신체 시계가 작동했다. 해가 뜨면서 우리 몸도 슬슬 시동을 건다. 해가 지면 슬슬 스위치를 끄려고 한다. 활동과 휴식을 반복하며 그렇게 매일을 산다. 잠을 자도 멈추지 않는 게 있다. 심장이다. 멈추면 우린 죽는다. 호흡도 맥박도 함께 멈춘다. 그런 이유로 심장은 절대 멈추면 안 된다.
나는 기상과 동시에 심장에 손을 대본다. 다행히 쿵쾅쿵쾅 빠르게 심장이 뛴다. 다행히 ‘살아 있구나’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요새 부쩍 심장이 조여오기 때문이다. 조금만 신경을 써도, 숨이 잘 안 쉬어질 때도, 심지어 배가 부를 때도 그렇다. 병원을 다섯 군데나 들렀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심전도 검사, 피검사, 엑스레이 등 각종 검사를 해봐도 정상이란다.
다만 혈압이 높다. 140~160을 왔다 갔다 한다. 옷이 작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살 때문에 옷이 맞지 않아서 새로 산 옷인데 또 안 맞는다. 지난 6개월 동안 급격하게 살이 쪄서 자꾸 새 옷을 사게 된다. 살이 찌면 건강뿐만 아니라 경제 손실이다.
요새 숨이 안 쉬어지는 것도, 심장이 조이는 것도 살 때문이라 생각하게 된다. 다른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까. 매일 아침 덜컥 겁이 난다. ‘혹시라도 심장이 안 뛰면 어떡하지?’ 이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요새 습관이 하나 생겼다. 심장에 손을 대고 뛰는지 확인하는 습관. 가끔 심장이 조이는 느낌이 들 때도, 심지어 안도의 한숨을 쉴 때도... 깊게 숨을 내쉬며 손을 가슴에 얹고 심장이 뛰는지 확인한다. 40대가 되면 심근경색이 원인이 되어 심장마비로 죽을 수 있다는 말을 계속 들어왔기 때문이다.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자꾸만 하얀 차선이 흐리게 보인다. 특히 야근하고 늦게 귀가할 때 그렇다. 운전하다가 갑자기 어딘가 들이박아 사고가 나는 끔찍한 상상을 해본다. 극도로 긴장 상태로 매일 아침저녁 출퇴근한다. 살이 찌면 둔해진다는 데 나는 아니다. 오히려 더 예민하고, 잘 보이던 눈도 안 보이고, 숨도 안 쉬어지고, 심장도 조이고 계속 건강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난다.
3개월째 매일 야근이다. 집은 그냥 잠만 자는 곳이다. 하루 세끼 모두 직장에서 해결하고, 15시간 가까이 일만 한다. 몸도 피곤한데, 마음도 피폐해진다. 내가 왜 사나 싶다.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도 보내지 못하고, 주말도 계속 출장이거나 업무로 집에 붙어 있질 못한다.
오늘도 집에 오니 11시다. 아이들은 방에서 곤히 자고 있고, 아내는 거실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나는 샤워하고 바로 아이들에게 가봤다. 얼굴을 꽤 오래 못 봤다.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20분 동안 방에서 나올 수 없었다. 우는 모습을 아내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