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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환 Sep 05. 2024

악몽(2)

나는 어릴 때 심신이 허약했다. 툭하면 코피가 났고, 매일 밤 가위에 눌리기 일쑤였다. 덕분에 예지몽을 자주 꾸곤 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 종종 등장했다. 그런 날은 ‘모’ 아니면 ‘도’다. 내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오면, 길몽이었다. 다음 날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반면에 사람은 보이는 데 말을 안 하면, 흉몽이었다. 꿈에서 사람이 말을 안 하면 귀신이라고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게 불길한 일이 있을 거라는 신호를 보냈다.     


가위에 눌린 날에는 꿈에서 깰 때까지 숨을 쉴 수 없었다. 귀신의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가슴이 꽉 눌린 느낌이 들었다. 답답했고, 숨쉬기가 어려웠다. 손가락에 힘을 주고, 발가락에 힘을 줬다. 어떻게든 빨리 깨어나고 싶어서 힘을 힘껏 주며 싸웠다. 가끔은 나를 비웃는 웃음소리나 말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언제나 나의 승리였다. 내 몸을 누르고 있던 힘이 사라지는 걸 느꼈다. 눈을 뜨고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늘은 평소와 달랐다. 아무리 노력해도 꿈에서 깰 수 없었다. 간신히 벗어난 듯하면 또 다른 꿈에서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이상하게 가위눌림도 아니었다. 그냥 꿈의 연속이었다. 계속 숨을 쉴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마지막 꿈에선 펑펑 울면서 숨 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습하고 더운 날이었다. 친척 형인 노아와 나는 잔디 깎고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이 줄줄 흘렀다. 뙤약볕에 둘은 점점 지쳐갔다. 노아 형이 말했다.     


“유진아 나는 더는 못하겠어. 차에 가서 5분만 쉬었다 올게. 내가 오면 너도 좀 쉬고.”     


죽을 지경이었지만, 교대하자는 말에 힘들어도 참았다. 5분만 기다리면 내 차례가 되니까.      


5분이 지났다. 그리고 10분이 지났다. 금방 온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니 화가 치밀었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친척 형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신호음만 계속 들릴 뿐이었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차에서 잠들었나?”      


약속 안 지키는 사람이 제일 싫다.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차로 향했다. 화가 단단히 났기 때문이다. 앞 좌석에 노아 형이 눈을 감고 기대고 있었다. 차 문을 열어서 몸을 흔들었다. 하지만 깨어나지 않았다. 의식이 없어 보였다. 크게 이름을 불렀다.      


“노아 형! 일어나!”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반응이 없었다. 코에 손을 대보니 숨을 쉬지 않았다. 갑자기 도롯가에 쓰러진 참새가 생각났다. 무기력하게 축 처진 모습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콧물도 흘렀다. 펑펑 울다가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세상은 180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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