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었어?” 방에서 나온 나에게 던진 아내의 첫마디였다. 나는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다.
“요새 많이 힘들지?” 두 번째 질문에 나는 무너져 내렸다.
“흐흑...”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방 안에서 간신히 틀어막은 눈물 수도꼭지가 열린 것처럼 다시 콸콸 쏟아졌다. 나는 더는 부정할 수 없었다. 아내는 살포시 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힘내, 오빠. 우리를 위해 고생하는 거 다 알아.”
위로하는 아내를 부둥켜안고 펑펑 울었다. 40년 만에 대성통곡하며 우는 건 처음이었다. 아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등을 두드리며 다독였다.
“괜찮아. 모두 다 괜찮아질 거야.” 아내는 따뜻한 말로 계속해서 나를 안아주었다. 참아왔던 감정이 뜨거운 눈물로, 따뜻한 아내의 말로 모두 녹아내렸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진정할 수 있었다. 울음은 그쳤지만, 한동안 말없이 바닥만 봤다. 나도 아내도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내가 먼저 용기를 냈다.
“나 직장 그만둘까 봐.”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는 한 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응, 그만둬. 내가 일하면 되지.”
7년간 직장 생활을 했던 아내는 아이를 낳은 이후로 7년간 경단녀로 살아왔다. 물론 육아가 더 힘든 일이다. 하지만 공백을 깨고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다. 오롯이 남편을 우선 살리고 봐야겠다는 생각 때문인지 몰라도 매우 단호했다. 그 모습이 멋졌다. 삼일 운동을 펼치던 독립투사만큼이나 위기 속 강인함이 느껴졌다. 오히려 그 말을 들으니 그만둘 수 없었다. 미안하고, 고마웠다.
순간 민망함이 몰려왔다. 조금 더 참아 볼 것을... 괜히 그랬나 싶었다. 방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이미 쏟아졌으니 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다만 땅에 떨어진 물은 마른다. 적어도 쏟아진 물을 해결할 수는 있다. 되돌릴 수는 없지만,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있었다. 미봉책이라도 좋으니 말이다.
대기업으로 이직했을 때 환하게 웃으며 기뻐하던 아내 얼굴이 떠올랐다. ‘아내가 많이 좋아했는데... 그만 두면 대기업 다니는 남편은 사라지는 것인데...’ 찰나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퇴사 말고, 잠깐 휴직을 해볼까?” 내가 유일하게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었다.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바로 그만두기에는 아깝지? 그럴까? 아니 그러자.” 아내는 이번에도 바로 수긍했다. 가장으로서 견디지 못하고 치부를 들켜버린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찰랑거리며 쏟아질까 위태로웠던 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더 버텨보는 건데... 후회가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