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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환 Oct 03. 2024

*사이먼 가라사대(1)

사이먼 작가는 현실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소설을 쓰고 나면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그래서 유명해졌다. 그의 최고작 <그녀는 예뻤다>는 출간되었을 때는 별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면서 세상에 많이 알려졌다.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소설은 100만 부가 팔렸고, 영화는 1,000만이 넘는 관객이 봤다. 관객들의 눈물을 모으면 몇 년 동안 내린 비의 양이라고 한다. 모든 이의 눈물을 쏙 빼낸 슬픈 판타지 로맨스 이야기는 이렇다.     


소설 속엔 갓 마흔이 된 남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결혼 후 몇 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전병으로 사랑하는 아내를 떠나보낸다. 슬픔을 못 이기고 세상을 등지기 위한 죽음 여행을 홀로 떠난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절벽을 향해 걸어가 거친 파도를 향해 몸을 던지려던 찰나 절벽에 매달린 한 여자를 발견한다. 그런데 아내와 똑같이 생긴 여자의 얼굴을 보고 주인공은 화들짝 놀란다. 본능적으로 팔을 뻗어 여자를 구한다.     


둘은 절벽에 누워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다가 소리 없이 울고 웃기를 반복한다. 그때 그 여자가 한마디 던진다. 바로 그 책의 가장 유명한 대사다. 마치 소설 <데미안>에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대사와 같이 말이다.

      

“나는 죽을 용기조차 없는 바보예요.”     


죽으려고 했던 둘은 본능적으로 끌려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 여자 또한 사별한 아내와 비슷한 유전병으로 생을 곧 마감한다. 소설 끝까지 진실은 알 수 없었지만, 모든 독자 혹은 관객들은 아내가 어린 시절 잃어버린 쌍둥이가 아닐까 믿는다.      


실제 사이먼에게도 그대로 일이 벌어졌다. 암으로 아내가 죽고, 절망에 빠진 사이먼은 소설 속 이야기처럼 죽음 여행을 떠났다. 상상 속의 장소를 찾아 절벽으로 향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절벽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음을 버리고, 몸도 버리려는 찰나에 미끄러져 절벽 끝에 위태롭게 매달리게 되었다. 간신히 붙잡고 있던 손에 힘을 빼고 떨어져 죽어야 하지만, 사이먼 또한 죽을 용기가 나지 않아 안간힘을 써 매달렸다. 그때 마침 길을 지나던 한 여자가 이 광경을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소리쳐 알렸다. 덕분에 사이먼은 살아남게 되었다. 그리곤 혼잣말로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죽을 용기조차 없는 머저리야.”     


운명처럼 사이먼은 자신을 구하기 위해 소리친 여자와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녀도 소설 속 이야기처럼 금방 죽었다. 병에 걸린 건 아니지만,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영화로 제작되었고, 소설도 덩달아 팔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사람들에게는 유행어가 생겼다.     


“사이먼 가라사대” 

(*사이먼 가라사대라고 말하면 실제로 그 행동을 해야 하는 규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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