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반갑습니다.”
사이먼은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곤 이브에게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제가 찾던 사람을 드디어 여기서 만났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저도 합석해도 될까요?”
사이먼은 최근에 소설을 완성하고 출간을 기다리는 중이라 했다. 소설 내용은 낯선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사람과 친분이 생기는 이야기로 시작된다고 했다. 그 낯선 사람은 이방인으로 소개되는데, 파란 눈을 가진 여인이라 했다. 놀라운 점은 그 여인은 한국말을 잘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했다. 상상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경험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곤 다시 이브에게 물었다.
“미국 어디에서 왔나요?”
“하와이에서 왔어요.”
“이럴 수가! 역시 그럴 줄 알았어요!”
“왜요? 무슨 일이에요?”
사이먼은 그 여인의 고향인 열대 섬에 따라가서 여러 일을 겪게 된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니 나중에 책으로 확인해 보라고 했다. 아마도 자신이 소설 속 이야기처럼 그대로 살아가고 있을 게 분명하다며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신 있는 말투로 말했다. 그때 이브가 사이먼에게 물었다.
“사이먼 씨는 운명론자인가요?”
“‘운명론’이라는 말도 아는 건가요? 정말 한국어가 유창하군요!”
사이먼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브의 눈을 뚫어지도록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말이죠... 제 자신을 믿습니다. 우리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거든요. 믿고 싶은 대로 믿게 되지요. 저는 그래서 마음껏 상상하고, 마음껏 즐깁니다.”
사이먼의 대답은 의외였다. 운명 같은 삶을 살아온 그가 운명론자가 아니라니 믿기지 않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그가 운명을 논하지 않고 모든 게 자기 멋대로 생각하면 이뤄진다고 믿고 있다니...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그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알고 보니 오만한 사람이 아닌가 큰 의심이 들었다. 대개 성공한 사람들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법이니까. 그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좋은 사람인가 아닌가는 그의 언행에서 나오니까 말이다. 나는 기습적으로 빈틈을 찾아 사이먼에게 질문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신이 있다고 믿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