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이지요.”
사이먼은 마른기침을 콜록이며 말을 이어갔다.
“다만 저는 종교가 따로 있지는 않아요. 유신론자일뿐이죠.”
“그러면 유일신을 믿나요? 아니면 신은 여럿이라고 생각하나요?”
“신은 하나이지요. 믿는 방식만 다를 뿐 인간이라면 모두 같은 신을 믿는 겁니다.”
나는 좀 더 공격적으로 질문을 퍼부었다.
“그러면 하나님과 알라신이 모두 같은 신이란 말인가요?”
“네. 저는 유일신을 믿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당신의 운명은 신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요?”
“우리에겐 선택할 기회가 있으니까요.”
“내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건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인데도요?”
“태어나는 건 선택권이 없어도 살아가면서 내가 살아갈 길은 얼마든지 스스로 정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럼 당신의 소설에 나온 이야기처럼, 일부러 그렇게 살아가려고 모든 선택을 했다는 말인가요?”
“꼭 그런 건 아니었지만, 내가 선택한 길이니 그 방향 속에서 우연처럼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저는 그걸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제 의지로 선택한 결과라 믿기에 생각이 다른 겁니다.”
언성이 높아진 건 아니었지만, 나와 사이먼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잠시 우리 둘은 침묵했다. 노아 형과 이브도 ‘마른하늘에 웬 날벼락인가’, ‘이게 무슨 일인가’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침묵이 길어지면서 어색한 분위기가 되자 나는 참을 수 없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는 주제였다.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세상엔 해답만 있을 뿐이니까. 정답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이 가장 잘 알 뿐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상황을 알지 못할 테니까. 나는 서둘러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노력했다.
“사이먼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제가 느끼고 생각한 부분을 확인하고 싶어서 초면이지만 실례했습니다. 솔직한 생각 공유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사이먼도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도 초면에 너무 제 생각만 옳다고 이야기한 것 같네요. 세상엔 정답은 없죠. 해답만 있을 뿐. 우리가 고민한 후에 선택하는 게 해답이 될 것이고요. 하하하.”
다행히 사이먼도 나와 생각이 같았다. 그의 호탕한 웃음 덕분에 분위기는 돌아왔다. 노아 형과 이브도 안심하는 눈치였다. 나는 다시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싶었다. 이렇게 엄청난 유명 인사와 또 가까이 대화할 기회가 언제 있을까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내가 여기서 어떻게 선택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법이니까. 그의 기분을 맞춰주고자 슬쩍 출간 예정인 소설에 대해서 언급했다.
“아! 그런데 갑자기 너무 궁금하네요. 새로 나올 소설 내용이 어떻게 진행될지요. 열대 섬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