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영환 Oct 06. 2024

*이브의 비밀(1)

나와 대화를 끝낸 사이먼은 다시 이브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자리에 합석한 이유도 이브가 눈에 띄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이브! 하와이 이야기 좀 해줄 수 있을까요? 아직 한 번도 못 가봤거든요. 나중에 꼭 갈 거고요.”

“하와이도 여러 섬이 있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화산섬이라 그렇겠네요. 필리핀도 화산섬이라 섬이 2000개가 넘는다던데...”

“네 맞아요. 그래도 대표적으로 오아후가 가장 유명하죠.”
 “신혼여행으로 많이 가는 섬 말하는 거죠?”

“네. 오아후섬이랑 마우이섬을 가장 많이 찾죠.”

“아! 들어본 것 같아요. 저도 신혼여행지 정할 때 하와이가 후보지였거든요. 물론 50년 후에 사라진다고 해서 몰디브로 결정하긴 했지만요.”

“사실 저는 거기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여행지로서의 느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겠군요. 그나저나 정말 한국말을 잘하네요.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외국인은 처음이라 계속 놀라고 있어요.”

“사실... 제 몸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요. 부모님 중 한 분이 혼혈이시거든요.”
 “역시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런데 한국말은 전혀 못 하세요. 태어나서 영어만 쓰셨거든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저한테는 외할머니께서 한국말을 종종 써주셨어요. 제가 동그란 눈으로 할머니를 쳐다보는 게 귀여웠데요. 그래서 저는 할머니 덕분에 한국말을 들으며 자랐죠.”

“그럼 외가 쪽이 한국인 피가 흐르는 거군요.”

“네 그렇죠.”

“외가라는 말도 알아들은 거예요?”

“네. 친가, 외가 다 알죠.”

“정말 감탄을 금하지 못하겠네요. 사실 저희 친척 중에 한 분이 하와이로 시집을 가신 분이 있어요. 저한테는 큰 고모인데요.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국인 군인과 하와이로 건너가 결혼했거든요.”

“와... 신기하네요. 설마 그분이 저희 외할머니는 아니시겠죠? 하하하”

“설마 그럴 리가요. 그때는 미군에게 시집가는 한국 여자들이 많았었거든요.”
 “그랬구나. 저는 몰랐어요.”

“큰 고모는 저랑 성이 같아서 ‘최 씨’에요. 혹시 외할머니 성을 알고 있나요?”

“글세요... 왓슨이라는 것 밖에... 생각이 안 나네요. 미국은 남편 성을 따라 바꾸거든요.”

“아... 맞네요. 혹시라도 설마 큰 고모는 아닐까 생각해 봤네요.”

“진짜 그렇다면, 정말 이건 로또 맞을 정도의 확률이네요!”

“혹시라도 나중에 외할머니 성이 ‘최’라면 제가 드린 명함으로 연락 주세요. 살아계시다면 꼭 한번 만나 뵙고 싶네요.”

“다행히 할머니 아직 살아 있어요! 아주 건강하시고요. 제가 꼭 물어볼게요! 저도 궁금하네요.”

이전 19화 *사이먼 가라사대(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