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과 이브의 농담 반, 진담 반의 대화는 끝이 났다. 덕분에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둘의 대화를 듣고 있자니 어쩌면 둘은 친척일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운명이라면 어떻게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는 거니까. 그런데 사이먼이 말을 할 때마다 등에 손을 대는 모습이 보였다. 허리 근육통이 있는지 불편해 보였다. 꽤 잦은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걱정이 되어 물었다.
“그런데 허리가 많이 불편하세요?”
“아... 네. 요새 이상하게 자꾸 요통이 있네요. 너무 책상에 앉아만 있어서 허리디스크가 있나 싶기도 하고요.”
“에고. 건강 잘 챙기셔야 합니다. 저도 말할 자격은 없지만, 운동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맞습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네요. 마음만은 매일이긴 합니다.”
“저도 그렇네요. 그래서 제가 자격이 없다는 거였어요.”
노아 형과 이브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눈치였다. 그때 계속 우리들의 이야기를 듣던 노아 형이 입을 열었다.
“혹시 다들 한라산은 가보셨나요? 꼭 한번 가보기를 추천해 봅니다. 물론 좀 많이 힘들기에 준비하고 가야 할 수도 있지만요.”
다들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노아 형이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그러면 성산 일출봉이라도 꼭 가보세요. 정상 찍고 내려오기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거든요. 정상에서 보는 해돋이 장관입니다.”
“저는 입구까지는 가봤어요! 사진도 찍었고요.” 이브가 신난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등산에 별로 취미가 없어서... 허허허... 그래도 추천해 주시니 나중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사이먼은 그다지 반기는 느낌은 아닌 듯했지만, 예의상 대답이라도 해주는 것만 같았다.
“저는 요새 너무 운동을 안 해서 그 1시간 등산도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나만 대답하지 않으면, 이상할 것 같아서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추천에 대한 거절 의사를 보였다.
“강요 아니고, 그냥 추천입니다. 하하하. 다들 너무 제 말에 진지한 반응이라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다 같이 ‘짠’이나 한번 하시죠.”
나는 술에 취한 건지, 점점 어두워지는 깊은 밤 분위기에 취한 건지 모르겠지만, 점점 졸음이 몰려왔다. 하지만 얼마 만의 자유인지 몰라 이 소중한 시간을 잠으로 아깝게 보내고 싶지 않았다. 졸음을 참고 계속 대화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