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시 고민했다. 깊은 고민에 빠진 사이먼을 그대로 둘 것인지 말이다. 코앞에서 인사도 안 하고 지나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별일도 아닌 것에 내적 갈등이 일어났다. 다시 한번 불러 보고 알아차리지 않으면 들어가야겠다 생각했다.
“사이먼 작가님~”
구겨진 이마 주름과 찌푸렸던 미간을 풀어내며 사이먼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한참 전에 나가시더니 이제 오는 거예요?”
“아... 제가 그렇게 자리를 오래 비웠나요?”
“네. 노아 님하고 이브하고 많이 찾았어요.”
“그랬군요? 잠깐 잠 깨려고 나왔는데, 어쩌다 보니 바닷가 근처까지 가버렸네요.”
“도로 건너갔다 오셨군요? 제주 밤바다 좋지요?”
“네. 좋더라고요. 세상에 저 혼자인 기분이었어요.”
“많이 고요했나 보군요.”
“네. 파도가 잔잔했어요.”
“제대로 즐기셨나 봐요.”
“지금 여기 있는 게 저는 꿈만 같아요.”
“그 정도예요?”
“네.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만인지...”
“그러시군요. 많이 즐기고 가세요.”
“네. 그러려고요. 그런데 작가님은 무슨 고민 있으세요?”
“제가요?”
사이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입구 근처에서 작가님 불렀는데, 못 들으시더라고요.”
“아... 그랬군요.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잘 못 들었나 봅니다.”
“뭔가 고민이 있으신 것처럼 보여서 다시 부를까 말까 많이 고민했어요.”
“잘 부르셨어요. 이제 들어가야죠.”
“혹시 제가 도와드릴 게 있을까요? 고민은 들어만 줘도 많이 해결된다고 하던데.”
“음... 고민이라고 하기보다는 뭔가 집히는 게 있어서요.”
“제가 들어드리는 게 실례가 안 된다면 들어봐도 될까요?”
“저도 아직 정확히 확인한 건 아니라서... 그럼 듣고 못 들은 거로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 거라면 제가 전문입니다. 하하하.”
사이먼은 그러고도 한참을 뜸을 들이더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브가 제 혈육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