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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환 Oct 23. 2024

*유토피아(1)

노아 형과 이브는 와인에 한껏 취해있었다. 둘은 하이파이브를 하며 난리였다.      


“뭐야 둘이 무슨 좋은 일 있어?”

“내일 아침 일찍 성산 일출봉 가는 거야! 유진이 너도 무조건 가야 해. 우린 가기로 했어. 너 혼자 빠지면 안 된다!”

“나.... 나도??”

“어. 무조건이야. 같이 안 가면 죽는다!”     


역시 술은 사람을 바꾼다. 무장해제 시킨다. 항상 조용하고 얌전한 노아 형이 이렇게 변했으니까 말이다. 곧 사이먼 작가를 발견한 노아 형은 크게 외쳤다.     


“사이먼 작가님도 무조건 같이 가는 거예요. 아시겠죠?!”     


노아 형은 손을 들어 사이먼 작가에게 하이파이브하는 자세를 취했다. 사이먼 작가는 왼손으로 허리춤을 잠시 만지더니 오른손을 들어서 노아 형의 오른손에 정확히 가져다 댔다. 사이먼은 여전히 허리가 불편한 것 같았다. 게다가 등산에 취미가 없다고 했던 그가 동의를 한 건 아마도 이브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오늘 이렇게 헤어지면, 다시는 이브와 가깝게 대화할 기회가 없을 테니까.      


“자, 이제 막잔하고 다들 일찍 자러 가요! 내일 아침 5시에 1층 입구에서 만나는 거예요. 안 나오면 제가 다 쳐들어갑니다! 그러니 알람 꼭 맞추고 자요!”     


노아 형의 주도하에 마지막 유리잔을 모아 부딪혔다. 여전히 근심이 가득한 표정의 사이먼과는 달리 이브는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브의 미소는 아름다웠다. 그런 이유로 사이먼의 어머니도 미인일 것 같았다. 아직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는 이미 사이먼의 말이 사실이라 믿고 있었다. 어쩌면 잃어버린 어머니를 다시 찾을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숙소로 옮기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다. 짧고도 긴 하루가 지나 몸도 지쳤을 것이다. 심적으론 수수께끼를 다 풀지 못해서였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는 건 찜찜한 법이니까. 그나마 뜨거운 물로 샤워했더니 경직된 몸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다시 졸음이 몰려왔다. 눈이 감기기 전 ‘East of Eden’ 입구에 서 있던 수심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던 사이먼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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