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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영환 Oct 23. 2024

*유토피아(3)

아무래도 내 모습은 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물을 찾았다. 물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하면 되니까. 일단 ‘물’을 외치면서 전력으로 질주했다.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다 누군가가 ‘쿵’하고 부딪혔다. 하지만 상대방은 끄떡없었다. 나만 뒤로 튕겨 넘어졌다.      


“아야...”      


아파서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앞을 보니 덩치가 커다란 닭 한 마리가 위풍당당하게 서서 나를 째려보며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물은 왜 찾는 거지?”     


무서운 기세에 눌려 나는 말을 똑바로 할 수가 없었다.     


“물... 아니... 내... 모습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     


내 말을 듣고 주변에 있는 닭들이 모두 날개를 퍼덕이며 꼬꼬댁거리며 비웃었다.     


“자 여기 물이 있으니 확인해 봐!”     


의외로 덩치 닭은 순순히 물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햇빛에 비친 물이 반짝거렸다. 분명한 물이었다.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물 위에 비친 내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뾰족한 부리로 내 머리를 힘껏 쪼았다.      


“악!!!”      


너무 아파서 그만 소리치며 쓰러졌다. 심한 고통에 몸이 움츠러들었고, 눈이 떠지지 않았다.     


“미친 거 아니야? 어디서 거짓말이야? 감히 네 따위가 물을 차지하겠다고? 나처럼 최고급 닭만 유토피아에 갈 수 있거든? 그러니 꿈이나 깨시지!”     


나는 간신히 몸을 가누고, 심호흡했다. 그리고 비록 고통에 힘겨웠지만 작은 목소리로 덩치 닭을 향해 말했다. 

    

“유토피아? 너는 여기가 어딘지 모르는구나?”

“여기가 어딘데?”

“양계장이지. 닭을 키우는 곳 말이야. 여기에 올 땐 작고 어린 닭이지만, 먹음직스럽게 커지면 도살장으로 데려가서 모든 털을 뽑고, 목을 베지. 그리곤 인간들이 먹는 닭고기가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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