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요?”
나는 예상치 못한 사이먼의 말에 놀랐다. 그리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내가 없는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길래 사이먼이 이렇게 심각한지 궁금하기도 했다.
“네. 사실 제가 아까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게 있었거든요.”
“아까 이브와 대화할 때 말씀이신 거죠?”
“사실은 이브의 외할머니가 제 어머니인 것 같습니다. 아직 추측이지만, 90%는 확신이 들어요.”
“아까는 고모라고 하지 않았나요?”
“네. 확실치 않은데 괜한 논란을 일으키지 않고 싶었습니다.”
“아... 그랬군요. 그런데 어떻게 어머니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은 이혼하셨습니다. 아버지는 다른 사람과 재혼했고, 어머니도 미국으로 혼자 떠나셨습니다. 한동안 어머니와 편지하곤 했는데, 어머니께서 이제 연락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마지막 편지를 보내오셨습니다. 미국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군요. 그래도 아직 제가 보기엔 마땅한 단서가 보이지 않아서요. 무엇 때문에 작가님의 어머니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사이먼은 살그머니 어둠 속에 불을 붙여 태양을 만들고, 뿌연 구름을 내뿜으며 말을 이어갔다. 몇 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사이먼의 다음 말이 너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저희 어머니께서 결혼할 사람의 성씨가 바로 왓슨이었거든요.”
“정말요? 그럼 아까 이브의 말을 듣고도 일부러 속이신 건가요?”
“네. 혹시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브를 보고 있자면, 자꾸 어릴 적 어머니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게 제가 지금 혼란스러운 이유입니다.”
만일 사이먼의 말대로 이브의 외할머니가 사이먼의 어머니라면, 사이먼과 이브는 혈육일 것이다. 사이먼은 외삼촌, 이브는 조카가 되니까. 그렇기에 사이먼은 더 신중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러면, 이브가 작가님의 조카가 되는 건가요?”
“아직은 모르지만, 제 생각대로라면 그렇게 되겠지요.”
“작가님 말씀처럼, 그렇다면 혈육이 맞네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못 들은 것으로 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그럼요. 약속인데, 지켜야지요.”
“감사합니다. 이제 들어가시죠.”
나는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의 일인데도 신경이 자꾸만 쓰였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사이먼은 말하는 대로 현실로 일어나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