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역에서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돌아보자. 저 광활한 내면의 사막이 보이는가. 그리고 우리는 지금 여기 한 기차역에 서 있다. 방금까지 술을 마시며 주막에 있었지만 8번의 술을 들이켜면서 우리는 이곳으로 왔다. 확실히 말해두지만 우리가 난동을 부려 주막 밖으로 쫓겨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술의 힘을 빌려 더 깊은 내면의 영역으로 발을 들인 것이다.
열차
8번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열차를 타고 가야 한다. 이 역에서 본인의 세계를 소개해줄 8번과 만나기로 했다. 그가 이곳에 오기 전 잠시 이곳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8번의 술을 만들 때 가장 많이 넣었던 것은 본능의 술이었다. 그 술의 취기가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했고 이곳은 바로 ‘본능의 기차역’이다. 앞으로의 9번, 1번과의 여정에서도 이곳을 거쳐가게 된다.
‘본능의 기차역’은 열차로 운행된다. 이 열차는 석탄을 태우며 정해진 선로를 따라 앞으로 질주한다. 그것의 기세는 본능처럼 당연하고 망설임이 없다. 열차를 타게 되면 매우 덜컹거릴 테지만 거침없이 나아가는 야성의 매력을 분명 좋아할 것이다.
석탄
저기 증기를 시원하게 뿜으며 열차가 온다. 8번은 아직 조금 늦는 모양이다. 술이 올라 어디선가 한바탕 하고 오는 듯하다. 그동안 이 ‘본능의 기차역’의 열차를 이용하는 세 사람의 비밀을 약간 풀어주겠다. 그들이 사용하는 석탄은 사실 그들의 몸에서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석탄은 그들의 '분노'다.
본능은 몸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몸이 지금 존재하는 현재를 중시한다. 또한 현재를 살아가기 위한 현실적인 것들에 집중한다. 음식, 집, 옷 같은 것들이다. 내면의 유리판이니, 숙적의 망치니 하는 지금 이 내면의 세계와는 조금 그림체가 맞지 않은 것 같지 않는가. 바로 이 이질감에서 그들의 분노라는 석탄이 생성된다.
현재에 존재하는 몸이 자신인가 아니면 사유하고 있는 지성이 자신인가에 대해 불안함을 느낀다. 무의식이라는 영역은 마치 자신의 것인 것 같지만 전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러한 모순이 그들을 미치게 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본능의 키스톤이 핵심인 사람들은 그들에게 자신이 아닌 주변의 무언가를 일단 ‘통제하라’라고 말한다.
안내문
드디어 저기 8번이 도착했다. 우리는 이제 저 커다란 열차를 타고 곧 8번의 세계, 8번의 별로 향한다. 여기 안내문을 잠시 보자.
본능역 안내 사항
- 8번 행 열차를 탈 때에는 절대 열차가 느린 것 같다고 이야기하지 마시오.
- 9번 행 열차를 탈 때에는 절대 열차의 편의 시설에 대해 불평하지 마시오.
- 1번 행 열차를 탈 때에는 절대 열차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쓰레기를 버리지 마시오.
본격적인 여정에 앞서 이 주의 사항들을 잘 읽어두도록 하자. 본능형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것은 없다. 그들은 자기만의 영역 경계가 명확하다. 그 선을 넘지 않는 것을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