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난한 사람이다.
내 삶은 늘 해가 빨리 지는 쪽으로 기울어 있다.
빛은 잠깐 스쳤다가 가고,
어둠은 오래 눌러앉는다.
주머니는 가볍고
말은 점점 줄어든다.
누군가를 붙잡을 수 있는 무게가
내게는 없다.
나는 손을 내밀지만
그 손은 자주 공중에 남는다.
마치 아무도 타지 않는
막차의 손잡이처럼.
사람들은 내 곁을 지난다.
잠시 기대었다가
더 환한 창문이 있는 집으로 옮겨간다.
나는 그 이동을
창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이다.
나는 가난한 사람이다.
그래서 내 마음은
늘 임시 정거장 같다.
잠깐 머물다 떠나는
발자국들로만 채워진 곳.
나는 돈 대신
침묵을 건넨다.
금속성 위로 대신
숨결 같은 공기를 내어준다.
하지만 침묵은
영수증이 없다.
남는 것이 없다.
증명할 방법도 없다.
어쩌면 나는
사람을 담기엔
조금씩 새는 그릇인지도 모른다.
따뜻함이 오래 머물지 못하고
틈 사이로 식어버리는.
나는 가난한 사람이다.
그래서
누군가 떠난 자리에
그림자처럼 오래 남는다.
방 안에는
아직 체온이 남아 있는 의자 하나,
열리지 않는 메시지 하나,
끝내 쓰지 못한 문장 하나가
조용히 놓여 있다.
나는 그 방에서
혼자 겨울을 지낸다.
그리고 안다.
가난은 단지 가진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떠나는 것들을
끝까지 바라보는 능력이라는 걸.
나는 가난한 사람이다.
그래서
아직도 문을 닫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