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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이걸 Oct 01. 2017

연휴 첫 날, 빗소리의 공명

3주 동안 전쟁같은 택배 시즌을 보내고 첫 휴일 고요하게 잠을 잤다 

일어나니 비가 온다 아무것도 안했어도 인간의 흔적은 멈추지 않고 쌓인다 끼니를 먹고, 설거지, 재활용쓰레기,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나왔다가 비 피할 곳이 마땅치않아 주차된 차 안에 들어가 담배를 피운다. 빗소리가 양철로 만들어진 차 천장에 부딪히며 공명한다

연휴 첫 날의 밤은 고요하고 오가는 사람도 없이 가로등 불빛과 빗소리 뿐이다 40분이 흘러간다 

아픈 몸 사이로 빗소리의 진동이 파고 든다 

내 인생은 여태 온전히 나로써 울린 적이 없다 
나는 끝내 미완성의 소리로 남을 것이다

무언가 이루고 성취하고 도달해야 한다는 세계의 강박증이 오래 나를 괴롭혔다 

애초에 나는 재료가 부족한 물질이었다 영영 결핍된 원자를 찾을 수 없는 미완의 광물이었다

세계에는 그런 것도 존재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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