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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다 May 13. 2022

내 자식은 나나 예쁘지

육아말고 욱아

<육아하다보면 "욱"하고 "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 이야길 나눠보려 한다>


왜_아이들에게 무관심하면 안되는거지

 나는 아이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말하자면 '무관심하다'가 좀 더 정확한 말인것 같다.

갓난쟁이들은 그 자체로 귀엽고 소중하지만 그냥 그렇구나, 아기구나-정도이고 좀 더 큰 유아, 어린이들도 그냥 그 자체로 "그냥 애들이구나"로 끝났다. 딱히 애들이 싫거나 성가신 것은 아니었지만 별달리 내가 돌볼자신도 없었고, 애들은 다들 귀엽지뭐... 로 끝나는게 다였다. 그런 나를 보고 혹자는 '애를 좋아하지 않다니 이상하다', '매정하다'고 쏘아대었다. 왜 내가 이런 말을 들어야 하지? 라는 의구심에 반문하고 싶었지만 굳이 따지지는 않았다.


 비슷한 맥락으로 tv에 아이들을 앞세운 예능을 보고 있으면 불편하고 싫었다. 아이들에게 어른 화장과 노출이 있는 옷을 입혀 뜻도 모를 노래와 춤을 추면서 "영재"니 "신동"이니 앞세워 내보내는것도 불편했다. 아이는 아이답게 두는게 가장 자연스럽고 예쁜것인데... 어느날은 '저게 앵벌이지 뭐냐'는 격양된 표현도 썼었다. 어른들의 욕심 때문에 아이들이 겪지 않아도 될 대중들의 시선과 눈초리가 싫었다. 아이들을 물건 다루듯 품평하거나 '연예인 000네 딸이 성형전 엄마와 같다', '못생겼다'는 글을 볼 때마다 내 가슴이 더 서늘했다. 자녀를 앞세워서 자신의 이미지메이킹에 급급한 연예인도 싫고, 과도한 스케줄로 아이를 혹사시키는 아이엄마도 이해할 수 없었다.


 SNS나 단체 카톡방에 올라오는 아기사진도 불편할때가 많다. 아이 사진을 올리면서 우리 애가 이렇게 컸어요, 오늘은 목을 가누었다 등등 올라오는데, 사실 어떻게 답변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답변을 하지 않았다가 매정하다, 섭섭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따금 눈치없는 친구가- 누구보다 아이를 원하는 친구가 함께있는 단체카톡방에 자기 아이 사진과 애교를 피우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이모들 힘내세요^^"라고 올릴때면 내가 다 민망한 적도 있었다. "내 애는 나나 예쁘지" 라고 했다간 대번에 몰인정한사람이 될테니 가만히 있었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인데, 말은 이렇게 해도 다른이들과 이야기하다가 아이 이야기가 나오면 무슨 이야기건 안했겠는가.

나는 아이의 칭찬에는 좀 인색한 편이라, 주변사람들이 먼저 운을 떼기 전엔 아이 이야긴 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내 이야기가 하고싶지 내 아이의 이야길 나누고 싶지 않다. 그래서 아이엄마들의 모임은 좋아하지 않고, 아이를 통해 만난 인연 중에서도

아이 이야기보다 솔직한 그들의 이야기, 삶을 나누고 공감하는 이들과 더 가까이 지낸다.

극단적으로 '엄마가 너무 애들한테 관심없는거 아니냐'는 말도 들었지만, 나는 내 삶이있고, 아이들은 아이의 삶이 있으며

제 3자에게 내 아이 이야길 논하거나 그들이 내 아이를 칭찬 또는 지적한다는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여긴다.


지난 주 , 유치원 상담을 다녀왔다. 선생님이 말미에 나에게 "어머니는 육아신념이 확고하고 아이 중심적인 사고를 가지고 계시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아이 중심적이라니... 곰곰히 생각하니 그건 '아이를 한 인격체로 보고 그것을 존중해 아이를 대한다;는 의미인듯 하다.

(상담하면서 내가 제일 많이 한 말이 '그건 00이의 삶이니까요', '저는 제 삶을 아이와 엮고 싶지 않아요.'였단다)

맞다. 난 나대로 살고 싶다. 아이는 '내 딸'이기보다 '2018년생 000'으로 살길 바란다. 다만 난, 부모로써 의무를 다하고 '인생선배'로 지침만 제공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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